이래도 되나요?
수출입 컨테이너 차량을 운전하는 한아무개(53)씨는 지난해 8월 도로법의 축중량(한쪽 바퀴 무게) 제한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원지법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도로법 상 과적차량 단속기준은 총중량 40톤, 축중량 10톤. 한씨는 부산항을 출발할 때는 이 기준을 지켰다. 그러나 서울에 진입할 때 축중량이 11.37톤으로 늘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컨테이너 안의 화물이 한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현행 관세법은 주인의 허락 없이 수출입 컨테이너의 봉인을 뜯을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출발 전에 컨테이너 안의 화물을 단단히 잡아맬 수도 없었다. 억울한 한씨는 항소했고, 다행히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운전자가 수출화물을 열어 볼 수 없게 돼 있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한씨와 같은 수출입 컨테이너 차량 운전자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이 앞뒤 안 맞는 벌금을 물어왔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는 2003년 파업 때 과적 단속 중단을 요구했다. 화물연대는 “도로법에 단서 조항을 둬 수출입 신고필증이 있는 차량은 단속에서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수원지법은 2003년 검찰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컨테이너 차량 운전자에게 최초로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이듬해 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럼에도 한씨처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사례가 여전히 속출하고 있다. 이는 판사들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아니면 꼼꼼히 챙겨보지 않는 관행 탓이다. 서울서부지법 이종광 판사는 “수출입 컨테이너 차량 운전자들은 20년간 억울하게 벌금을 내온 셈”이라며 “대법원 판례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판결이 엇갈리는 것은 법원의 신뢰를 실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기계적인’ 약식명령과 항소도 문제다. 부산지검은 올 1월 컨테이너 차량 운전자에게 패소해 항소했지만, 법원은 다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컨테이너 운전자들은 생업에 쫓겨 소송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법정에 출석하는 날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만다. 법원과 검찰의 안일한 태도로 ‘수출 역군’들이 오늘도 억울한 벌금을 내고 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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