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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벌금 30만원’ 10배 소송비 무릅쓰고…

등록 2006-05-19 19:12

40대 여성 “싸움 말리다 폭행죄 억울”
끈질긴 법정투쟁끝 항소심서 무죄
이번엔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
영등포 지하상가에서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는 2005년 1월8일 오후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옆 가게 주인 김아무개씨를 찾아갔다. 김씨는 고등어찌개를 끓이고 있었는데, 냄새가 박씨 가게에 진열된 옷에 밸 염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박씨 등은 “고등어찌개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항의했지만, 김씨는 이들의 말을 못들은 척했다. 그러자 화가 난 이씨가 김씨의 얼굴을 때렸고, 둘은 곧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박씨는 이들의 싸움을 말렸지만 김씨는 박씨와 이씨를 모두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싸움을 말렸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이씨와 함께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박씨는 억울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박씨와 이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지난해 3월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서울남부지법은 같은해 9월 두 사람에게 각각 3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하지만 박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박씨는 ‘진실’을 찾기 위해 벌금 30만원의 10배에 해당하는 300만원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했다. 박씨는 항소심이 진행된 1년3개월 동안 9차례 법정에 섰는데 그 때마다 가게문을 닫아야했기 때문에 장사도 큰 지장을 받았다. 그러나 박씨는 결국 올 3월 무죄 선고를 받아냈다. 재판부는 “박씨 혐의에 대한 증거는 진술밖에 없는데, 김씨 등 증인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밝혔다. 박씨는 “너무 분통이 터져 벌금을 내고 끝낼 수가 없었다”며 “남편과 친구들이 끝까지 싸우라고 격려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재판 당사자가 돼보니 진실을 가려내기가 이토록 힘들 줄 몰랐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박씨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재판부의 증거 채택 과정에 문제가 있어 채증법칙을 위배했다”고 상고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박씨의 변호를 맡은 신태영 변호사는 “상고는 대검 지침과 어긋나므로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여야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94년 2월 “무죄·면소·공소기각 판결의 경우 책임을 회피하기위해 단순한 채증법칙 위배만으로 상소하는 것을 지양하고 실질적으로 사건을 검토하여 인용가능성이 없는 사건은 상소포기하라”는 내용의 ‘검사 상소권 행사에 관한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약식명령 사건을 무조건 상고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법원이 정책법원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상고에 관한 지침을 개선하고 일선에서 지켜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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