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안마사들이 헌재 결정에 반발해 서울 마포대교에서 고공시위를 시작한지 5일째인 2일 참가자들이 대교 난간에서 고개를 숙인채 농성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시각장애 안마사들 5일째 고공시위
‘두눈 부릅 뜬’ 생존권 지키기
‘두눈 부릅 뜬’ 생존권 지키기
15m 물위에 뜬 8명
“무자격자 힘에 밀린 정부 확실한 대책 내놓아라” 시각장애인이 아니어도 안마사가 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닷새째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 마포대교.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15m 아래 물길이 무섭지 않을까. 차가운 물의 공포는 오히려 더할 텐데도, 2일까지 벌써 8명의 안마사들이 다리 상판 밑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손으로 더듬어 내려가 강물로 뛰어들었다. “직업 선택의 자유요? 우리는 안마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안마사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4살 때 뇌막염으로 시력을 잃은 최지연(29·여)씨는 9년째 안마사로 일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의 맹학교에서 3년 동안 안마사 교육을 받고 21살때 일을 시작했다. 손님 1명에게 안마를 해주고 받는 돈은 2만원. 하루 평균 3명의 손님을 받는다. 처음에는 일하고 난 뒤 숟가락도 들지 못할 정도로 손이 붓고 아팠다. 이제 손은 단련이 됐지만 어깨와 목의 통증은 가시는 날이 없다. 최씨는 “안마사 일이 고되지만 다른 일거리가 없다”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지체장애나 청각장애인만 취직이 되고 시각장애인은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난 뒤로 경기 안양시에서 함께 일하는 언니들과 함께 날마다 택시비 6만원씩을 들여가며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15년이었다. 100년 가까이 유지된 이 제도는 1999년께 스포츠마사지나 경락마사지 등을 하는 무자격 업소들이 생기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자격 업소는 전국에 10만여곳까지 늘어났다. 현재 자격증이 있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6804명이지만, 무자격 업소에서 일하는 안마사는 100만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대한안마사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송근수 대한안마사협회 경기지부장은 “그동안 무자격 업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때까지 정부는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다가 이제와 그들의 힘에 밀려 안마사 자격 제한을 풀어버리는 것은 국가가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에 대해 아무런 고민이 없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일 안마사들과 만나 이들의 안마업 보장 방안 마련을 약속했지만, 시위는 누그러질 기세가 아니다. 송 지부장은 “정부가 그동안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방치한 데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확실한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무자격자 힘에 밀린 정부 확실한 대책 내놓아라” 시각장애인이 아니어도 안마사가 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닷새째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 마포대교.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15m 아래 물길이 무섭지 않을까. 차가운 물의 공포는 오히려 더할 텐데도, 2일까지 벌써 8명의 안마사들이 다리 상판 밑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손으로 더듬어 내려가 강물로 뛰어들었다. “직업 선택의 자유요? 우리는 안마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안마사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4살 때 뇌막염으로 시력을 잃은 최지연(29·여)씨는 9년째 안마사로 일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의 맹학교에서 3년 동안 안마사 교육을 받고 21살때 일을 시작했다. 손님 1명에게 안마를 해주고 받는 돈은 2만원. 하루 평균 3명의 손님을 받는다. 처음에는 일하고 난 뒤 숟가락도 들지 못할 정도로 손이 붓고 아팠다. 이제 손은 단련이 됐지만 어깨와 목의 통증은 가시는 날이 없다. 최씨는 “안마사 일이 고되지만 다른 일거리가 없다”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지체장애나 청각장애인만 취직이 되고 시각장애인은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난 뒤로 경기 안양시에서 함께 일하는 언니들과 함께 날마다 택시비 6만원씩을 들여가며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15년이었다. 100년 가까이 유지된 이 제도는 1999년께 스포츠마사지나 경락마사지 등을 하는 무자격 업소들이 생기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자격 업소는 전국에 10만여곳까지 늘어났다. 현재 자격증이 있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6804명이지만, 무자격 업소에서 일하는 안마사는 100만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대한안마사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송근수 대한안마사협회 경기지부장은 “그동안 무자격 업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때까지 정부는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다가 이제와 그들의 힘에 밀려 안마사 자격 제한을 풀어버리는 것은 국가가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에 대해 아무런 고민이 없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일 안마사들과 만나 이들의 안마업 보장 방안 마련을 약속했지만, 시위는 누그러질 기세가 아니다. 송 지부장은 “정부가 그동안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방치한 데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확실한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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