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물에 빠진 친구 구하고 숨져” 원심 파기
초등학교 5학년이던 윤아무개(당시 11살)군은 2003년 8월 오후 2시께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에서 같은 학교 친구 5명과 물놀이를 했다.
큰 파도가 몰려오자 밖으로 나온 윤군은 친구인 김아무개군이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고 다시 바다로 뛰어들었다. 사경을 헤매던 김군은 물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발을 받쳐주는 걸 느낄 수 있다. 윤군의 어깨였다. 김군은 윤군의 도움으로 해안까지 헤엄쳐 나왔지만 윤군은 빠져나오지 못한 채 파도에 휩쓸렸다. 윤군은 실종된 지 1시간이 지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윤군의 아버지는 의사자 보호신청을 했으나 복지부는 이듬해 8월 “해경 조서를 보면 윤군의 키는 110㎝로 김군을 구하기에 작은 점 등을 볼 때 입증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군의 아버지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으나 1심 재판부는 “‘윤군이 나를 구했다’는 김군의 진술은 추측에 불과하며 윤군의 신체 일부가 김군의 발에 닿은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 증언을 봐도 윤군이 김군을 구하려고 바다로 다시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며 패소판결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특별9부(재판장 최진권)는 항소심에서 “피고는 윤군을 의사자로 인정하라”며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군이 사고 정황을 다소 달리 진술한 것은 김군이 나이가 어려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증인들의 진술에도 공통으로 윤군이 김군을 살렸다는 내용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김군의 진술이 추측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생활기록부 등을 볼 때 윤군의 키는 155㎝로 보이며 해경이 잘못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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