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사 의뢰없이 조사 마무리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 세 사람이 중개인(브로커)으로 활동한 피고인 쪽으로부터 골프 접대 등을 받아 사표를 낸 사건(<한겨레> 13일치 10면)과 관련해 대법원이 13일 “접대가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이들의 사표를 충분한 조사 없이 수리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배석판사를 했던 세 사람이 군산에서 상호저축은행을 운영하다 불법대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아무개(48)씨의 동생으로부터 두 차례 골프 접대를 받고, 두 사람은 박씨 소유의 아파트에 살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 판사는 400억원대의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씨의 구속적부심과 재판을 맡았던 형사합의부 배석판사로 있었다.
지난해 7월 구속된 박씨는 구속적부심을 신청해 나흘 만에 풀려났고, 올해 1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배임 액수에 비해 형량이 낮아, 박씨 쪽과 맺은 부적절한 관계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의 조사에서 한 판사는 “박씨 소유의 57평짜리 아파트에 2005년 5월부터 월세로 살았다”고 했고, 다른 판사는 “2004년 10월 전세금 3천만원에 35평짜리 아파트에 살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세 계약 등의 자료를 통해 전세금 3천만원을 돌려받은 것은 확인했지만 현금으로 월세를 주고 살았다는 부분은 실제로 그랬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씨가 제공한 아파트에 공짜로 살았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세를 주고 살았다”는 판사들의 진술만 듣고, 추가 사실 확인이나 수사 의뢰 없이 조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들 판사는 모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판사들로, 이 가운데 한명은 박씨 동생과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아파트 입주 시점이 박씨가 구속되기 훨씬 전이고, 형사합의부장이 박씨 쪽과는 일면식도 없어 재판과 편의 제공 사이에 연관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형사 사안은 아닌 것으로 봤고, 검찰도 이런 판단에서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