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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직 부장판사 조사 ‘사법부 공황상태’

등록 2006-07-13 18:54

[김홍수 법조비리 파문]
“떡값도 아니고 청탁이라니” 반성-모욕감 교차 “외부 감독기구 필요” 여론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법조 브로커한테서 사건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았다는 검찰 수사 내용이 13일 공개되자 법원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법관들은 특히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위 법관이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 불려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놀랐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은 이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대부분 반성과 함께 모욕감을 토로했다. 한 소장 판사는 “검찰이 고위 법관이 연루된 비리를 수사한다는 소문은 이미 들었지만, 이렇게 충격적인 내용인 줄은 몰랐다”며 “힘이 있는 곳은 부패하기 쉽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금도를 넘어 결국 환부가 곪아 터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도 “사회는 빠른 속도로 투명해지고 있는데, 법관들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며 “고시를 잘 본 덕에 젊어서 판사가 된 사람들이 ‘법관의 양심’을 들먹이며 특권의식에 빠져 사회의 변화에 무감각한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들을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원장님께서 사건 내용을 보고받고는 대단히 격노하셨다”며 “수사가 마무리되면 대국민 사과문을 포함한 입장을 발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관들이 비리에 연루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의정부와 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 지난해 윤상림씨 사건 등 법조 브로커와 연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하지만 옛 사건들이 대부분 대가성이 없는 ‘떡값’ 성격의 돈을 받은 데 비해 이번 사건은 사건 청탁이 실제 있었다는 점에서 법관들이 느끼는 충격은 크다.

대법원은 법조 관련 비리가 터질 때마다 사건 브로커 고용·접촉 제한, 전관예우 근절, 법관 윤리강령 개정 등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법조 비리는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특권과 배타적 동업자 의식으로 무장된 법관 사회에서 내부로부터의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따라 사법부를 외부에서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한 판사는 “이번 사건은 윤리강령 정도로는 사법부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미국처럼 법원으로부터 독립된 기구에서 판사의 비리를 감독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비법조인이 대거 참가한 법관징계위원회를 주마다 만들어 법관을 견제한다. 법관징계위원회는 법관 비리에 관한 진정을 접수해 조사한 뒤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 조사위원회에 넘기고,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비위 사실이 심각하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우리 나라도 법관 징계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으나, 법원 안에 조사 기구를 두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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