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이라지만 이제 겨우 복구했는데..하늘이 너무도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27일 오후 11시. 이달 중순 집중폭우로 집을 잃은 인제군 한계리 주민 130여 명이 또다시 내린 폭우를 피해 두 번째 대피생활을 하고 있는 인제군 한계초교 교실 한 귀퉁이.
하루종일 거센 빗줄기가 몰아치면서 응급복구 손길도 내팽개친 채 쫓기듯 대피한 주민들은 넋을 잃은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그동안 피눈물을 삼켜가며 애써 복구해 놓은 삶의 터전을 폭우에 쫓겨 몸만 빠져나온 터라 잠이 올 리 만무하다.
그칠 줄 모르고 퍼붓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차디찬 교실 바닥 한 모퉁이에서 깊은 한 숨만 연방 토해내며 하늘만 원망할 뿐이었다.
이순예(78.한계 2리) 할머니는 "이러다 제 목숨대로 살지도 못할 것 같다"며 "내 평생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고난을 안겨주시는 지 그저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폭우로 하천물이 불어나 급류에 가옥이 침수되거나 휩쓸리는 피해를 겪은 한계리 주민들은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가옥정리 등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그동안 친척집과 공동 수용시설 등을 전전해 온 주민들에게 그나마 임시 숙소지만 컨테이너 집이 제공돼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과 한 방에서 지낼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부터 퍼부어 댄 빗줄기는 이들 수재민들의 이 같은 소박한 꿈도 무참히 짓밟았다. 응급복구 해놓은 도로가 터지고 겨우 흙더미 속에서 건져낸 살림살이를 채워 넣은 가옥은 또다시 물에 잠겼지만 '아이쿠..아이쿠..이를 어째'라는 절망 어린 탄성만 지를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지난 폭우로 마을 전체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던 인제 덕산리 주민들도 마을회관 등지에서 삼삼오오 모여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컨테이너 집에 입주할 채비를 하며 가재도구를 옮기려던 이곳 주민들은 이날 폭우에 간신히 쌓아올린 마을도로가 유실돼 망연자실했다. 덕산리 김남수 이장은 "난민이나 다름없는 생활에 마을 주민 모두 지쳐있다"며 "컨테이너 집에 입주한다고 다들 기대했는데.."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자정을 넘기도록 잦아들지 않고 있는 폭우는 재기에 몸부림치던 수재민들에게 또다시 좌절을 안기면서 씻을 수 없는 '한'을 남겼다. 그래도 수재민들은 내일 만은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 (인제=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오전부터 퍼부어 댄 빗줄기는 이들 수재민들의 이 같은 소박한 꿈도 무참히 짓밟았다. 응급복구 해놓은 도로가 터지고 겨우 흙더미 속에서 건져낸 살림살이를 채워 넣은 가옥은 또다시 물에 잠겼지만 '아이쿠..아이쿠..이를 어째'라는 절망 어린 탄성만 지를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지난 폭우로 마을 전체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던 인제 덕산리 주민들도 마을회관 등지에서 삼삼오오 모여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컨테이너 집에 입주할 채비를 하며 가재도구를 옮기려던 이곳 주민들은 이날 폭우에 간신히 쌓아올린 마을도로가 유실돼 망연자실했다. 덕산리 김남수 이장은 "난민이나 다름없는 생활에 마을 주민 모두 지쳐있다"며 "컨테이너 집에 입주한다고 다들 기대했는데.."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자정을 넘기도록 잦아들지 않고 있는 폭우는 재기에 몸부림치던 수재민들에게 또다시 좌절을 안기면서 씻을 수 없는 '한'을 남겼다. 그래도 수재민들은 내일 만은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 (인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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