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조사 임박한듯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증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박성재)는 13일 홍석현(57) 전 주미대사를 지난 10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건희(64) 삼성 회장에 대한 조사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홍씨를 상대로 1996년 당시 에버랜드 주주였던 <중앙일보>가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한 것이 삼성 쪽과 공모에 의한 것인지를 캐물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1998년 홍씨가 대표이사였던 보광그룹에 <중앙일보> 주식 51만9천여주를 넘긴 것이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한 데 따른 대가였는지도 추궁했다. 에버랜드 이사회는 1996년 10월 주당 8만5천원의 가치를 지닌 자사 주식을 주당 7700원에 인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전환사채 99억5400만원어치를 발행한 뒤, 이 가운데 97%를 이재용씨 등 이 회장의 자녀 4명에게 넘겼다. 당시 <중앙일보> 회장인 홍씨는 이 회장이나 그룹 비서실의 지시로 배정받은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해 이씨 남매의 지분 인수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홍씨는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투자가치가 적다고 판단해 실권했다”며 공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지난달 27일 검찰에 출석하기로 돼 있었으나, 별다른 이유없이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홍씨와 달리 이건희 회장은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공개 소환할 방침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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