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연구용이면…공정성 안해쳐”
평준화 논란에 영향 클듯…교육부 항소 뜻
평준화 논란에 영향 클듯…교육부 항소 뜻
수험생의 출신 학교별로 대학 수학능력 시험(수능)의 성적 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평준화 체제에 있는 고교 사이의 학력 차를 비교할 근거로 활용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승영)는 7일 교육학을 전공하는 조아무개 교수 등 3명이 “교육현실에 관한 학술 연구를 위해 2002~2005년 수능 원데이터(학교별 데이터 반드시 포함)와 2002·200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자용 분석자료를 공개하라”며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수능 원데이터는 공개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수능 성적을 학교별, 시·도 교육청별로 공개할 경우 전국의 서열화로 인한 과열경쟁, 사교육 조장, 교육과정 파행 운영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정보 공개를 거부해 왔다. 교육부는 이번 판결에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능 원데이터는 수능시험 문제 선정이나 시행·채점 등 공정한 수능시험 업무와 관련한 정보가 아니라, 이미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의 답안지를 채점해 그 결과를 기록한 정보”라며 “공개된다 해도 수능시험의 공정성을 해치거나 그 평가 업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들이 공개요구 목적과 달리 이를 언론 등에 공개하거나 외부에 유출될 경우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면, 원자료 전체의 복사는 못하게 하고 전산기기를 이용한 접근권만 주는 등의 방법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해마다 수험지구별 수능 성적일람표, 출신고교·과목별 점수 등이 기재된 성적통지표를 작성한다. 따라서 개인식별자료를 빼고 출신고교를 더하면 원고가 요구하는 수능 원데이터를 줄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출신고교별 수능 성적이 공개되면 학교별·지역별 학력 차는 물론,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 사이의 학력 차도 비교할 수 있게 돼, 평준화 성과나 고교 등급제 등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학윤 서울 잠신고 교사는 “학교별 수능 점수가 비교되면 고교 평준화 틀을 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일부 대학의 고교등급제 부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시험은 대학 전형을 위한 것이지 학술 연구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더구나 현행 평준화 체제에서 고교 선배들의 성적이 후배들의 대학 입학 전형에 영향을 줄 소지가 있어 정보 공개에 반대해 온 것”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2002·2003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자용 분석자료는 “부모와 교사 학력 등 많은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누출될 위험성이 있고 장래의 학업성취도 평가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밝혔다.
황상철 이수범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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