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대규모 아파트 학구조정에 반발
충남 서산시 성연면 성연초등학교 학부모들이 16일 인근 대규모 아파트의 학구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학생들을 등교시키지 않아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서산시교육청과 학교에 따르면 이날 전교생 184명 가운데 6.0%인 11명만이 등교했다.
유치원생도 31명 중 3명(9.7%)만이 나오는 데 그쳤다.
류수명 교육장이 오전 8시 50분께 현장을 찾아 학부모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거부당한 채 돌아가기도 했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자녀의 등교를 거부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인근 지곡면 무장3리 O아파트(1천980가구)의 초등생들이 원래는 성연초로 다닐 계획이었다가 최근 학구조정을 통해 지곡면 내 부성초로 다니도록 결정됐기 때문이다.
김선호(47) 학교운영위원장은 "O아파트가 모두 입주하고 애초 계획대로 이 아파트 초등생들이 성연초에 다니게 된다면 최대 240명 가량의 학생 수 증가로 큰 발전을 꾀할 수 있다"며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된 이상 등교를 무기한 거부할 것이며 끝내 학구 재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든 학교가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전체 학생의 전학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O아파트에 입주한 한 학부모는 "아이가 이제 막 전학해 한창 적응하고 있는데 또 학교를, 그것도 시설이 더 열악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애들이 무슨 물건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등교거부를 강행하자 학교와 시교육청측은 당황한 가운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학구조정 배경을 설명하고 학생들의 등교협조를 요청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는 한편 교직원들이 일일이 가정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학부모들을 설득키로 했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은 지난 12일 교육행정자문위원회를 열고 통학거리 및 편의, 통학로 안전성, 학교시설 여건 및 학생 수용실태, 행정구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O아파트의 학구를 지곡면으로 결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서비스 수요자인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과 지역학교간 균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이고 대승적 관점에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한 뒤 "학부모들을 최대한 설득, 빠른 시일 안에 사태가 수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곡면 내 4개 초등학교가 통폐합 운영되는 내년에는 부성초에 통학버스 3대가 운영되고 31억원이 지원돼 시설도 크게 개선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 (서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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