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호씨 친북조직 ‘일심회’ 결성”

<북 공작원 접촉혐의 구속>
국정원 “공작금 받고 국내동향 넘겨…허인회씨가 소개”

변호인 ”노동당 가입안해”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은 27일, 미국 시민권자인 장민호(44·구속)씨가 97년 반국가단체인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의 강령을 원용하는 ‘일심회’를 조직해 친북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장씨가 1989년 북한을 처음 방문한 뒤 “지하당 조직을 구축하라”는 지령을 받았고, 93년 2차 방북 때는 충성서약을 한 뒤 조선노동당에 입당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장씨가 두 차례 방북 때 북한 쪽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씨의 변호인은 “장씨가 노동당에 가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장씨가 97년 고교 후배인 손정목(42·구속)씨를 만나 일심회에 가입시킨 뒤, 허인회(42) 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의 소개로 만난 이정훈(43·구속)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과 사업가 이아무개(43)씨, 최기영(41)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을 가입시켰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국정원 관계자는 “손씨 등은 장씨의 지시에 따라 민노당과 시민단체 동향 등을 파악해 외국 계정의 전자우편을 통해 북한 공작원에게 건넨 혐의가 있다”며 “장씨는 단파 라디오를 이용해 북한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손씨 등이 지난 3월과 6월 장씨의 주선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대외연락부 소속 공작원을 만난 사진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전날 체포한 최씨와 사업가 이씨도 장씨의 중개로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을 접촉한 정황을 잡고, 27일 두 사람에 대해 국가보안법 8조 회합·통신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실질심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전정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