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시나리오
검찰은 론스타가 2003년 10월 외환은행의 외환카드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막아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린 뒤 합병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스콰이어(Squire·기사의 시종)’라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인수계획은 외환카드의 ‘스콰이어’보다 등급이 위인 ‘프로젝트 나이트(Knight·기사)’였다고 한다.
검찰은 론스타에서 압수한 문서들을 근거로, 론스타 쪽이 당시 이달용 외환은행 부행장의 외환카드 지원 요청을 거절했으며, 외환카드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500억원의 해외 신주인수권부 사채(BW)를 발행하려는 것도 막았다고 전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론스타는 11월17일을 작전 예정일로 삼아 약 2천억원의 유동성이 부족하도록 계획을 진행했고, 실제로 당일 외환카드에서 현금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로 외환카드 주가가 떨어졌지만 유회원씨 등은 합병 발표에 따른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해 11월19일 외환카드 감자설을 퍼뜨릴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채 기획관은 “앞서 론스타가 금융감독원에 낸 감자명령 신청도 애초 감자명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전략적으로 낸 것”이라고 말했다.
11월20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론스타 쪽 이사들은 감자설을 보도자료에 포함시켜 발표하자고 회의 분위기를 잡았다. 채 기획관은 “이사회에선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녹음도 금지시켰다”며 “외환은행 직원이 감자설이 담긴 보도자료 작성을 거부하자 유씨의 지시에 따라 외부인이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부인이 김형민 당시 김앤장 고문(현 외환은행 부행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론스타 쪽은 감자 없는 합병을 전제로 외환카드 주가를 주시했다. 24일에는 “감자는 없다”고 밝혔다가 26일 “감자할 것”이라는 내용의 거짓 전자우편을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보냈다. 이에 따라 11월19일 5030원이던 외환카드 주가는 일주일 뒤인 26일 절반인 255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감자 없는 합병 사실을 외환은행 직원들이 알아채고 차명 등으로 외환카드 주식을 사 주가가 오르자, 론스타 쪽이 곧 합병을 결의했다는 게 검찰 쪽 설명이다. 채 기획관은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려 소액주주들에게 지급할 주식매수 청구권 비용을 줄이고, 외환은행 지분율을 50% 이상 계속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론스타 쪽은 “주가 조작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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