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받고 있는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올라가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전 외환은행장 영장 실질심사 공방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이 전 행장에게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내용을 바탕으로 론스타 매각 협상 가격에 대한 세가지 안을 보고 받았을 때, 부실자산을 가장 낮게 3000억원대로 평가한 1안을 빼라고 지시하지 않았느냐”며 “론스타에 협상 카드로 사용했을 수 있는 1안을 왜 제외했냐”고 추궁했다. 이 전 행장은 이에 대해 “(1안을 빼라고 지시한) 기억이 없다. (2안과 3안)두 개밖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검찰은 또 “당시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던 하이닉스의 주가가 올라가는 등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외환은행의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매각을 서두른 이유가 뭐냐”며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10억달러에 매각하도록 맞추기 위한 것 아니었나”고 이 전 행장을 압박했다. 검찰은 이어 “어딜 봐도 매각 가격을 높이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다”며 이 전 행장을 다그쳤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공모한 혐의도 추궁했다. 검찰은 “2002년 11월5일 변양호 국장에게 보고한 문건이 기억나냐”며 “이 문건을 보면 외환은행 지분 51%를 10억달러 플러스 알파에 매각할 때의 주가가 시뮬레이션돼 있는데 이는 사전에 매각 가격을 10억달러에 맞췄다는 증거 아니냐”고 이 전 행장을 압박했다. 이 전 행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검찰의 예봉을 피해갔다.
검찰은 또 “(론스타에)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안 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는데 그 이유가 뭐냐”고 이 전 행장을 추궁했으나, 이 전 행장은 “투자자들의 투기를 막자는 취지였지, 론스타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함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실질심사는 최근 ‘영장 기각’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의식해서인지,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법원은 평소와 달리 법정 출입문을 잠근 채 심사를 진행했으며, 판사들이 드나드는 법정 뒷문 통로에도 경위를 배치해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이 전 행장과 변호인들, 검사들도 심사 전 법정에 들어서며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순혁 전정윤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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