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주장하는 매각 과정 전모
BIS 조작 등 불법성 상당부분 확인 내비쳐
영향력 행사 재경부·금감위 관료 ‘정조준’
BIS 조작 등 불법성 상당부분 확인 내비쳐
영향력 행사 재경부·금감위 관료 ‘정조준’
이강원(56) 전 외환은행장의 구속을 계기로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이 다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7일 “이 전 행장의 구속영장 발부로, 외환은행 매각이 ‘정책적 판단’은 아니었다는 판단을 법원으로부터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 조사를 통해 매각의 불법성을 상당부분 확인했음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이 이 전 행장 등 외환은행 쪽과 재경부 및 금융감독위 관료들이 ‘공모’로 이뤄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검찰 설명과 지난 6월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은 2002년 10월 론스타 쪽이 외환은행 대주주가 되겠다는 뜻을 밝혀오자 비밀리에 협상을 시작한 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변 전 국장은 론스타와의 협상을 계속 추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이때부터 변 전 국장이 매각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행장은 매각 협상이 사실상 끝나는 2003년 7월에야 이를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은행 인수 자격이 없던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외환은행은 물론 금융감독원 등이 2003년 말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전망치를 8%대 아래로 잡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런 비아이에스 비율이 사실상 조작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 설명과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를 보면, 2003년 7월1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청와대와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 쪽이 참석해 열린 ‘10인 대책회의’에서 은행법 시행령 제8조의 예외를 승인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받아들이기로 의견이 모아진다. 이 자리에서 외환은행은 비아이에스 비율 전망치를 최저 5.42%로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다음날 비아이에스 비율 전망치를 9.14%로 잡았다. 며칠 뒤 금감원은 외환은행에 비아이에스 비율 전망치를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외환은행은 6.16%로 보냈다. 금감원은 7월25일 금감위의 간담회에 이 수치를 내놓아,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검찰은 변 전 국장이 예외 승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비아이에스 비율을 낮추는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또 금감원이 공식적으로 비아이에스 비율 전망치를 8.44~9.14%로 잡고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6.16%로 보고한 데 주목하고 있다. 당시 백재흠 금감원 은행검사1국장은 실무자가 “외환은행이 전망한 6.16%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자 이를 묵살했다는 게 검찰 쪽 판단이다. 검찰은 당시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이 론스타한테 예외 승인 자격을 주는 데 반대했다가 변 전 국장에게 예외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부분을 의심하고 있다.
채 기획관은 “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팔게 됐는지, 그 ‘동기’를 규명해가고 있지만 애초의 여러가지 추측이나 짐작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해, 수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이 전 행장이 받은 15억원의 경영고문료와 성과급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채 기획관은 “매각 과정에서 불법 등이 확인돼 경영고문료 등이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범죄 사실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황상철 고나무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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