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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칼바람 피해 ‘철새’가 된 노숙인들

등록 2006-11-16 21:09수정 2006-11-17 11:37

역전 휴게실 다방서 하룻밤
수원·부산·광주로 이동도
장기보호시설 시외곽에…날품파는 이들엔 불편만

‘국내 선원(김양식) 취업전문, 목욕탕·모텔 취업, 경비·청소 모집….’ 서울 영등포 역전의 인력사무실은 날품팔이 인생의 종착역이다. 이런 사무실이 띄엄띄엄 늘어선 거리엔 어둑한 다방이 어김없이 들어서 있다. 3천원이면 하룻밤 고단한 몸을 쉬어 갈 수 있는 역전 휴게실 다방들이다. 15일 밤, 두툼한 점퍼 차림의 사람들이 하나둘 다방으로 모여들었다. 대개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는 이들이다. 7년째 다방을 운영하는 김아무개(61·여)씨는 “쪽방, 사우나, 무료 급식소를 오가는 사람이 다방에도 온다”며 “겨울엔 추위를 이기기 어려우니 손님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하늘 아래 방 한칸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혹독한 계절이 돌아왔다. 노숙과 사우나·만화방 등 염가 숙소를 오가는 이들에게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 논란은 딴 세상 얘기다.

노숙인과 그 경계 계층은 겨울이면 철새처럼 움직인다. 서울역 바닥보다 덜 추운 남쪽 도시로 날아가기도 하고, 노숙인 단기체류 시설인 상담보호센터의 남은 자리를 찾아 수원·인천 등으로 둥지를 바꾸기도 한다. 노숙생활을 하는 김아무개(54)씨는 “겨울이면 부산이나 광주로 뜨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서울보다 날씨가 따뜻하기도 하지만, 지방은 노숙하는 사람들이 적어 교회나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주거 불안 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룻밤의 안정된 잠과 이런 잠자리를 살 수 있게 하는 일거리다. 최근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의 야간 피시방은 시간당 300원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한달에 열흘을 일할지 닷새를 일할지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조차도 사치일 때가 있다.

5년 전부터 노숙생활을 한다는 임아무개(40)씨는 “지난 10월 영등포역에서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사고로 죽은 이는 나랑 일을 같이 나가던 사람”이라며 “일단 바깥 잠을 자기 시작하면 그나마 있던 일할 의욕도 사라지는데 하룻밤 잠자리라도 쉬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씨처럼 근로 의욕을 가진 노숙 계층은 인력시장과 가까운 곳의 잠자리가 가장 아쉽다. 이들을 받아줄 노숙인 쉼터 등 장기체류 시설들은 시 외곽에 있어 새벽 일찍 인력시장에 나서려면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노숙인 상담보호센터인 햇살보금자리의 최병국 간사는 “무료 식사 배급을 해보면 공식적인 노숙 통계와 별도로 쪽방·사우나 거주자 등 경계 계층이 계속 늘어난다고 느낀다”며 “기존 시설에만 집착하지 말고 정작 사람들이 필요한 역 주변에 지원시설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조기원 기자, 취재 도움/서강대 신문방송학 4년 김고운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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