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다른 증거 없으면 무죄”
유일한 목격자인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면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전지법 형사2단독 서정 판사는 20일 상해 및 재물 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ㄱ아무개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목격자 겸 피해자인 ㅇ아무개씨의 진술뿐이어서 ㄱ씨를 유죄로 인정할 다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 판사는 “수사기관이 목격자가 기억하고 있는 범인과 용의자가 맞는지를 물으면서 용의자를 1인만 제시하면 잘못 지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ㅇ씨는 사건 당시 순찰차에서 경찰의 교신 내용을 들은 뒤 ㄱ씨와 1대 1 대면을 해 진술의 신용성이 없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이어 “흉기로 위협받을 경우 목격자들은 흉기에 집중해 범인을 올바르게 관찰하지 못한다는 게 여러 연구결과인데 ㅇ씨가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든 범인과 격투하면서 용모 등을 자세히 보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은 범행 현장에서 수거한 흉기에 대한 지문감식 등을 게을리해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 외부적 요인에 취약한 목격자의 진술을 수사기관의 의도대로 유도하려는 유혹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지난 7월22일 대전 동구 ㅇ씨 집에서 현관문을 부수고 침입하려다 ㅇ씨에게 발각돼 격투를 벌인 뒤 도주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으나 “가게에 다녀 오는 길에 이유없이 체포됐다”며 범행을 부인해 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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