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멀쩡한 은행을 부실 은행으로 둔갑시켜 사모펀드에 팔아넘긴 주범으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을 지목했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변 전 국장의 지시를 받아 `바운더리' 안에서 움직였다며 ,변 전 국장이 사실상 정부 소유 은행이던 외환은행을 헐값에 론스타에 넘기는 일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대형 은행을 외국 자본에 파는 일이 주무 국장과 은행장 선에서 이뤄졌을 정도로 시스템이 허술했던 셈이다.
청와대와 재경부, 금감원, 금감위의 실무 라인과 10인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정부 관계자들은 `주술'에 걸린 것처럼 변 전 국장과 이 전 행장의 시나리오를 믿었다는 것이다.
변 전 국장이 `실세' 국장이었고, 이 전 행장에게는 론스타가 임기와 금전적 보상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대형 은행을 해외 자본에 매각하는 데 국장 윗선에서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결론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초기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의 배후에는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재정경제부 전ㆍ현직 관료들의 광범위한 인맥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경부의 영문 약자 `MOFE(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범죄조직 `마피아'의 합성어인 `모피아'는 전ㆍ현직 재경부 관료들의 `비선 라인'을 비꼬아 부르는 말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이헌재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계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변 전 국장은 지난달 29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단독 범행 주장에 `정책 결정 시스템을 뭐로 보고 그러느냐'며 반박했다. 자기 혼자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 전ㆍ현직 경제부총리 모두 무혐의 = 검찰은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10월 말부터 매각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낸 전윤철 감사원장과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를 비롯한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현 경제부총리)을 조사했다. 지난 주에는 수사 초기부터 매각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은 `이헌재 사단'의 좌장격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마지막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방문조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일찌감치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음을 내비쳤다. 재경부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살펴야 하는 경제부총리의 위치에서 은행 매각 건은 실무 국장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혐의 없음 처분 이유다. 김진표 전 부총리는 취임 이튿날인 2003년 2월18일 변양호 당시 국장으로부터 `외환은행 재무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데 다른 대안이 없어 론스타를 상대로 신규 증자 참여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을 뿐 구체적인 지시 등을 내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해졌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매각 당시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은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몸담고 있었고, 진념 전 부총리는 회계 자문을 맡은 삼정KPMG의 고문으로 일했지만 민간인 신분이라 사실상 돈거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처벌이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장은 2002년 11월부터 1년 동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법률 실사, 자문, 서류 작성을 맡아 200만달러를 수수료로 받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 범죄 혐의는 전혀 없었다고 검찰을 밝혔다. 이 전 부총리가 외환은행 한남동 지점에서 2003년 10억원을 대출받을 때 신용 대출이 포함됐는데도 6%의 낮은 금리가 적용됐다는 의혹이나 경기도 광주 토지 매각 대금으로 58억 원을 받은 것도 모두 사적인 거래였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진념 전 부총리도 변 전 국장과 친밀한 관계였고, 삼정KPMG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수출입은행장과 수 차례 만나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에 매각하도록 부탁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뚜렷하게 포착된 혐의는 없었다. 그는 2002년 4월 경기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투자컨설팅업체인 인베스투스 글로벌 전 대표인 김재록씨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차명계좌로 받은 혐의가 포착돼 수사를 받았다가 공소시효 완성으로 처벌을 피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당시 청와대 정책수석으로 근무하면서 이강원 전 행장으로부터 매각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이 전 행장은 감사원 감사에서는 2003년 5월 9일 청와대를 방문해 당시 권 수석에게 매각 상황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 검찰은 청와대 출입 기록은 이미 폐기돼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권 부총리가 당시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로비를 받고 개입한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 스티븐 리 도피 한계 드러낸 수사 = 검찰은 김석동 금감위 부위원장 등 4명의 경제 관료를 참고인 중지했다. 정황상 의심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스티븐 리를 조사하지 못한 탓이다. 검찰은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이었던 김 부위원장이 금감원이 BIS 비율을 9.14%로 확인한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예외 승인을 주도하고, 스티븐 리나 유회원씨가 그를 로비 목표로 삼았던 정황도 확인했다. 그러나 스티븐 리의 신병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유씨의 영장이 계속 기각되면서 사실 관계를 제대로 조사할 수 없었던 한계 때문에 혐의를 완전히 규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 백재흠 금감원 은행검사1국장은 실무진의 의견을 무시한 채 2003년 말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6.16%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정성순 당시 금감원 은행감독국장, 양천식 당시 금감위 상임위원도 예외승인 과정에 개입한 정황은 확인됐다. 검찰은 "BIS 비율을 조작하는데 외환은행과 공모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이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만으로는 이들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규명하기 어려워 유회원씨의 상사인 스티븐 리의 조사가 불가피하다. 그를 조사할 때까지 참고인 중지 결정을 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론스타는 이미 2002년 10월께 10억 달러의 자금으로 외환은행 지분 51%를 확보한 뒤 단기간에 다른 은행에게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출구(EXIT)계획을 마련한 뒤 정ㆍ관계에 치열한 로비 공세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로비스트 역할을 했던 하종선 변호사는 은행법 규정상 론스타의 인수자격이 문제가 되자 2003년 6~7월 변 전 국장을 비롯해 인수 자격 문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만났다. 그러나 헐값매각 의혹의 중심 축인 로비 의혹은 결국 국세청과 검찰이 칼을 뽑아들기 전에 미국으로 달아난 스티븐 리의 `부재'로 영구 미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 졌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변 전 국장은 지난달 29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단독 범행 주장에 `정책 결정 시스템을 뭐로 보고 그러느냐'며 반박했다. 자기 혼자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 전ㆍ현직 경제부총리 모두 무혐의 = 검찰은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10월 말부터 매각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낸 전윤철 감사원장과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를 비롯한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현 경제부총리)을 조사했다. 지난 주에는 수사 초기부터 매각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은 `이헌재 사단'의 좌장격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마지막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방문조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일찌감치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음을 내비쳤다. 재경부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살펴야 하는 경제부총리의 위치에서 은행 매각 건은 실무 국장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혐의 없음 처분 이유다. 김진표 전 부총리는 취임 이튿날인 2003년 2월18일 변양호 당시 국장으로부터 `외환은행 재무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데 다른 대안이 없어 론스타를 상대로 신규 증자 참여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을 뿐 구체적인 지시 등을 내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해졌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매각 당시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은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몸담고 있었고, 진념 전 부총리는 회계 자문을 맡은 삼정KPMG의 고문으로 일했지만 민간인 신분이라 사실상 돈거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처벌이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장은 2002년 11월부터 1년 동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법률 실사, 자문, 서류 작성을 맡아 200만달러를 수수료로 받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 범죄 혐의는 전혀 없었다고 검찰을 밝혔다. 이 전 부총리가 외환은행 한남동 지점에서 2003년 10억원을 대출받을 때 신용 대출이 포함됐는데도 6%의 낮은 금리가 적용됐다는 의혹이나 경기도 광주 토지 매각 대금으로 58억 원을 받은 것도 모두 사적인 거래였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진념 전 부총리도 변 전 국장과 친밀한 관계였고, 삼정KPMG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수출입은행장과 수 차례 만나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에 매각하도록 부탁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뚜렷하게 포착된 혐의는 없었다. 그는 2002년 4월 경기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투자컨설팅업체인 인베스투스 글로벌 전 대표인 김재록씨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차명계좌로 받은 혐의가 포착돼 수사를 받았다가 공소시효 완성으로 처벌을 피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당시 청와대 정책수석으로 근무하면서 이강원 전 행장으로부터 매각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이 전 행장은 감사원 감사에서는 2003년 5월 9일 청와대를 방문해 당시 권 수석에게 매각 상황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 검찰은 청와대 출입 기록은 이미 폐기돼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권 부총리가 당시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로비를 받고 개입한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 스티븐 리 도피 한계 드러낸 수사 = 검찰은 김석동 금감위 부위원장 등 4명의 경제 관료를 참고인 중지했다. 정황상 의심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스티븐 리를 조사하지 못한 탓이다. 검찰은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이었던 김 부위원장이 금감원이 BIS 비율을 9.14%로 확인한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예외 승인을 주도하고, 스티븐 리나 유회원씨가 그를 로비 목표로 삼았던 정황도 확인했다. 그러나 스티븐 리의 신병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유씨의 영장이 계속 기각되면서 사실 관계를 제대로 조사할 수 없었던 한계 때문에 혐의를 완전히 규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 백재흠 금감원 은행검사1국장은 실무진의 의견을 무시한 채 2003년 말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6.16%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정성순 당시 금감원 은행감독국장, 양천식 당시 금감위 상임위원도 예외승인 과정에 개입한 정황은 확인됐다. 검찰은 "BIS 비율을 조작하는데 외환은행과 공모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이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만으로는 이들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규명하기 어려워 유회원씨의 상사인 스티븐 리의 조사가 불가피하다. 그를 조사할 때까지 참고인 중지 결정을 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론스타는 이미 2002년 10월께 10억 달러의 자금으로 외환은행 지분 51%를 확보한 뒤 단기간에 다른 은행에게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출구(EXIT)계획을 마련한 뒤 정ㆍ관계에 치열한 로비 공세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로비스트 역할을 했던 하종선 변호사는 은행법 규정상 론스타의 인수자격이 문제가 되자 2003년 6~7월 변 전 국장을 비롯해 인수 자격 문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만났다. 그러나 헐값매각 의혹의 중심 축인 로비 의혹은 결국 국세청과 검찰이 칼을 뽑아들기 전에 미국으로 달아난 스티븐 리의 `부재'로 영구 미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 졌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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