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교수가 연구 실적 등을 저장한 노트북을 도난당했다 20일만에 되찾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노트북에 저장된 연구실적 등이 복사됐는지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밤 10시30분께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한 빌딩형 주차장에서 대리운전 기사라고 신분을 밝힌 30대가 카이스트 ㅅ아무개 교수의 승용차를 몰고 달아났다.
ㅅ교수는 저명한 나노과학기술분야 과학자로, 승용차에는 <나노구조자성체의 스핀반전현상>, <천이금속계 초격자 다층박막연구>, <고집적 광자기록 신소재 개발> 등 나노스핀닉스 및 차세대 광메모리·광신호 분야 논문과 연구실적 등 300여편이 저장된 노트북이 실려 있었다.
대전 둔산경찰은 지난 9일 진아무개(35)씨를 ㅅ교수의 승용차를 훔친 혐의(절도 등)로 붙잡고 노트북을 되찾았다.
진씨는 지난 3일 밤부터 검거 직전까지 11차례에 걸쳐 ㅅ교수에게 전화해 “기밀 논문이 저장돼 있는 노트북이 있다. 돌려 줄 테니 3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진씨는 경찰에서 “우연히 유성 식당 앞에 서있는 데 중년의 신사가 대리운전사를 부르라라는 말을 듣고 ‘내가 대리운전기사’라고 말을 걸어 차 열쇠를 받고 차를 출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진씨가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고 △대리운전사를 가장해 범행한 적이 없다는 점 △범행 2일 뒤인 지난달 22일 전당포에 노트북을 맡기고 뒤늦게 ㅅ교수에게 돈을 요구한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공범과 ㅅ교수의 노트북을 노린 제3자가 범행을 시켰을 가능성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수사대에 범행 직후부터 전당포에 맡긴 20일 밤~22일 사이에 노트북 내용을 열람하거나 복사한 흔적이 있는지 수사를 의뢰했다”며 “적어도 진씨 주변인 가운데 누군가가 노트북을 켜고 내용을 살펴 보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ㅅ교수는 “그동안 연구 성과가 저장돼 있는 노트북을 되찾게돼 다행”이라며 “저장된 논문 등은 대부분 학술회의 등에서 발표하고 관련 기술 등은 특허를 냈거나 신청해 국가적인 기밀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한편 ㅅ교수는 “그동안 연구 성과가 저장돼 있는 노트북을 되찾게돼 다행”이라며 “저장된 논문 등은 대부분 학술회의 등에서 발표하고 관련 기술 등은 특허를 냈거나 신청해 국가적인 기밀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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