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풍조가 새롭게 바뀌고 있다. 술이 사람을 마시던 송년회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송년회로,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송년회로 바뀌어 가고 있다. 술냄새가 사라진 송년회는 축제로, 자원봉사로, 공연관람으로 사람냄새가 넘쳐난다. 그래도 술이 빠지면 섭섭한 주당파 송년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분다. “연말모임은 1가지 술로, 1차만, 밤 9시까지 끝내자!”는 ‘119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반차 받아 뮤지컬·난타 관람
문화예술형=홍보대행사 탑피알의 여수진씨는 올해 송년회 부담이 사라졌다. 회사에서 반차를 받아 동료들과 여유있게 뮤지컬(사진)을 즐겼기 때문이다. 여씨는 “즐거움에 휴식까지 배려한 송년회”라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아이스크림업체 한국하겐다즈는 최근 난타전용극장을 통째로 빌려 모든 직원과 가족들이 모여 간단한 다과와 함께 난타 공연을 즐겼다.
갈고닦은 개인기로 ‘쇼쇼쇼’
축제형=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는 21일 전 직원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나도 스타’라는 주제로 송년잔치를 연다. 급조한 사내 록그룹부터 5인조 댄스그룹까지 치열한 예심을 뚫은 6개 팀이 수십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인다. 게임회사 엔트리브의 송년회에는 앙드레김, 마빡이 등이 등장할 예정이다.
회식 대신 이웃돕기 연탄배달 ‘뻘뻘’
봉사활동형=화학업체인 삼성토탈의 인사·기획부문은 지난 11일 직원들이 갹출해 마련한 기금으로 연탄 1500장을 구입해 서산시와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불우이웃에게 직접 배달했다. (사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직원 21명도 지난 2일 송년회 회식 대신 울산의 무료급식소를 방문해 ‘밥퍼’ 봉사활동을 했다.
보톡스·피부마사지 개운해
몸보신형=미국계 보톡스 수입업체인 한국앨러건 직원 12명 전원은 송년 기념으로 성형외과에 가서 보톡스 주사를 맞고, 피부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이랜드는 초창기 돈을 절약하기 위해 김밥을 말아 먹으면서 동고동락했던 기억을 되살리자는 뜻에서 해마다 ‘김밥송년회’를 열어 가족 같은 정을 다진다.
하어영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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