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행 전 부장판사 판결 쟁점
5개 혐의중 중대한 2개 혐의 불인정 징역 1년
검찰 “법원, 자정 의지 없음 입증” 항소 방침
검찰 “법원, 자정 의지 없음 입증” 항소 방침
‘법조브로커’ 김홍수(58·구속)씨한테서 사건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조관행(50·사법연수원 12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한 5개 혐의 중 가장 무거운 것을 포함한 2개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 검찰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황현주)는 22일 조 전 부장판사에 대해, 김씨한테서 4천여만원과 7천만원어치의 가구와 카펫 등을 받은 혐의 가운데 2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과 추징금 500만원, 1천만원어치의 소파와 식탁 몰수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5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 추징금 1억1천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법관으로서의 명예가 송두리째 날아가는 등 형사처벌 못지않은 고통을 받았지만,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법관의 직위로 볼 때 죄질이 나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 전 부장판사의 혐의 가운데 증거로 김홍수씨의 진술만 있을 땐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에 대해 “김씨의 진술 중 일관성이 있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았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조 전 부장판사의 가장 무거운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김홍수씨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조 전 부장판사에게 2200만원을 건넨 것은 “앞으로도 계속 잘 봐달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알선수재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 전 부장판사가 일부 돈을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청탁의 대가로 받았는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알선수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이런 판단을 두고, 법원이 ‘자정 의지’가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판사가 계속 돈을 받아 오다가 돈을 건넨 사람의 부탁을 받고 어떤 사건을 다른 판사에게 청탁했을 때, 그 돈이 청탁 대가인지 구분이 되겠느냐”며 “이런 경우는 ‘포괄적 뇌물’처럼 ‘포괄적 알선수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조 전 부장판사는 유죄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조 전 부장판사는 재판장이 첫번째 공소사실 중 500만원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자, 충격을 못 이긴 듯 ‘쿵’ 소리가 나도록 피고인석에 머리를 찧었다. 그는 유죄가 추가될 때마다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10여초 정도 씁쓸하게 재판부를 쳐다봤다. ‘선배 법관’에게 실형을 선고한 황 부장판사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조 전 부장판사를 말없이 쳐다봤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