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한 대로 동시 두 통화 등 기록 엉터리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휴대전화 국제로밍 서비스를 이용했던 김헌영(50·경기 용인시 수지구)씨는 반년이 지나 해가 바뀌었는데도 ‘황당한’ 요금 때문에 아직도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있다.
지난해 5월31일부터 일주일 동안 타이를 다녀온 김씨는 귀국 직후 데이콤에서 66통의 로밍 서비스 통화 요금으로 26만여원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화 통화량과 요금에 의문을 품고 자세한 내역을 요구한 김씨는, 며칠 뒤 도착한 A4 용지 2장 분량의 ‘통화요금 상세내역’에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됐다.
우선 전원을 꺼 놓았던 김씨의 국내 휴대전화와 여행 때 임대한 국제로밍 전용전화 사이에 통화를 했다는 터무니없는 기록이 나왔다. 모두 5통에 1만4413원의 요금이 부과됐다. 발신번호와 수신번호가 똑같은 어처구니 없는 통화내역도 발견됐다. 통화 시간은 30초인데, 요금은 1분짜리로 계산되기도 했다.
6월3일 낮 12시27~29분 사이 기록된 3통의 전화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낮 12시28분부터 타이에서 국내로 1분54초 동안 통화한 기록이 있는데도, 12시29분에 1분 동안 또다른 통화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기록대로라면 한 대의 전화기로 동시에 두 통화를 한 셈이다.
데이콤 쪽의 석연치않은 해명에 화가 난 김씨는 “또다른 피해자가 없게 해달라”며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그러나 경찰은 “통화 기록의 단순한 오류 등이 있을 뿐 범죄 혐의는 없다”며 지난달 12일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고, 김씨는 항고한 상태다.
국외 여행객이 늘면서 2002년 31만여건이던 휴대전화 국제로밍 서비스 이용건수는 지난해 그 10배가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그래프 참조) 그러나 그만큼 요금과 관련한 불만도 만만치않다. 소비자보호원은 지난해 접수된 국제로밍 서비스 관련 민원 77건 가운데 90% 이상이 김씨 사례와 같은 ‘요금 과다’였다고 밝혔다.
데이콤 쪽은 “국제로밍 전용전화에는 발신자의 전화번호가 표시되지 않고 회사 내부 데이터베이스에만 남아있는데, 자세한 통화내역을 뽑으면 빈칸으로 표시된다”며 “빈칸을 채워달라는 김씨의 요구를 들어주는 과정에서 수·발신 번호를 잘못 입력해 오류가 난 것 같지만, 과다한 요금청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요금 시비를 줄이기 위해 국제로밍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수정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씨는 “통화내역 없이 요금을 내는 경우가 많은 만큼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며 “통신회사 쪽의 정확한 해명과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법적 대응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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