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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력범 수사에도 햇볕정책?

등록 2007-02-13 21:30

대학 경리부장 살해로 수감된 피의자
인간적으로 대해준 형사에 여죄 자백
“형사님 죄가 많습니다. 다 제가 한 게 맞습니다.”

지난달 5일 대전교도소 접견실. 빨간 명찰을 단 중년의 죄수는 충남 천안경찰서 김태룡 형사가 들어서자 고개를 푹 숙이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는 2005년 12월 충남 천안 한 대학 경리부장 납치 살해사건으로 구속기소돼 1,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김아무개(45)씨, 김 형사는 김씨와 공범 나아무개(45·무기징역)씨를 검거한 강력반 소속이다.

김씨가 김 형사에게 밝힌 범행은 2005년 3월 충북 청원 최아무개(당시 34)씨 살인강도사건 등 같은 해 12월까지 서울, 광주, 전남 순천, 충남 보령, 경기 하남시 등에서 저지른 살인강도 7건, 인질강도 1건, 강도상해 및 미수 3건, 특수절도 1건 등으로 기소된 천안 납치살인 등 살인사건 2건을 포함하면 9건의 살인사건을 비롯한 모두 18건에 달했다. 김씨는 검침원을 가장해 가정집에 들어가거나 고급승용차 운전자, 택시운전사, 시골의 부농 등을 범행대상으로 삼았으며 얼굴이 알려질까봐 살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3일 김씨의 친형(56)과 이아무개(53)씨를 공범으로 붙잡아 살인강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심 법정에서도 기소된 범행을 부정하던 그가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 것은 감형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작정하고 인간적으로 대해 준 형사들에게 여죄를 털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천안 대학 경리부장 사건 당시에도 ‘연말이니 피해자 가족들이 주검을 찾아 장례를 치르도록 하자’는 형사들의 설득과 울부짖는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을 본 뒤 ‘공범이 아산시 모산의 수문에 주검을 유기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혀 그해 12월31일 주검을 찾게 하기도 했다.

최풍식 형사반장은 “피해자를 공사용 플라스틱 매듭으로 묶고 금품을 뺏은 뒤 둔기나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들이 잇따라 이들의 범행으로 추정했으나 정황증거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자백을 이끌어 내려고 조사하면서 자극하지 않고 잘해줬다”며 “그가 교도소로 송치되던 날 ‘할 말있으면 형사님들을 찾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렵게 학교에 다녔으나 고교생 당시 싸우다 휘두른 흉기에 출동한 경찰이 숨지면서부터 범죄에 빠졌다.

이후 건설업 등을 하며 결혼해 아들을 낳았으나 하던 일이 잇따라 실패하고 이혼하자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간부는 “그가 자백에 앞서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걸 보면 공범이라고 밝힌 형이 아들을 챙겨주지 않는 것에 분노해 여죄를 밝힌 것 같다”며 “뒤늦었지만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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