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충남 천안백석문화대 신월캠퍼스 학위수여식에서 수석 졸업한 정강준(25·가운데)씨가 김정오(왼쪽) 교위와 어머니의 축하를 받고 있다.
천안소년교도소 신월캠퍼스 수석 졸업 정강준씨
특별한 대학졸업식 2제 “공부하면서 해야할 일을 알게 됐습니다. 꿈을 이뤄 교수님과 교도관님들께 보답하겠습니다.” 23일 오전 열린 충남 천안 백석문화대 신월캠퍼스 1회 학위수여식에서 수석 졸업한 정강준(25)씨는 어머니를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신월캠퍼스는 백석문화대가 2005년 천안소년교도소 수용자 위탁교육을 위해 교도소 안에 설립한 단과대. 정씨는 이 대학 사회복지학과 첫 신입생으로 동료 수용자 29명, 교도관 29명과 함께 2년동안 80학점을 이수했다. 그의 성적은 전 과목 에이(A), 평점은 4.5점 만점에 4.46점을 얻었다. 그가 이 곳에 들어온 것은 2003년. 군 입대를 앞두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강도 죄를 지어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이곳에서 규칙에 따라 생활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으로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잘못이 커 차마 말 못하던 그에게 신월캠퍼스 개교는 마른 땅에 내린 단비였다. 강의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1~4시까지 열렸다. 참고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같은 전공을 공부하던 교육대 김정오 교위의 도움과 교수들이 챙겨준 자료를 보고 외웠다. 공부에 재미를 붙이던 1학년 2학기,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따로 사셨어요. 전 어머니, 여동생과 같이 지냈죠. 제 죄를 여동생이 대신 짊어진 것 같아 괴롭습니다.” 어머니는 면회실 창살 너머로 그가 보이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 다짐했단다. 여동생 몫까지 효도해 다시는 어머니 가슴을 아프게 하지 말자고… 그는 남은 형기 동안 영어와 일본어를 익히고 출소하면 상담과목을 더 공부해 ‘청소년 정신치료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장 힘든 일이 있다고 포기하면 나중에 겪을 더 힘든 일은 도전도 못합니다. 진짜 힘든 일은 다음에 올 거라고 생각하면 새 희망이 생깁니다.” 그는 웃음 띤 어머니가 어깨를 두드리자 눈시울을 붉히며 “피해자 분께 사죄드린다”며 용서를 구했다. 천안/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