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요구 ‘손가락 한개’는 얼마?
세무공무원 “1천만원”…탈루자 1억 건네
대법 “돌려줬어도 1억 뇌물죄 해당”
대법 “돌려줬어도 1억 뇌물죄 해당”
세무공무원이 뇌물을 요구하면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다면, 과연 얼마를 뜻할까?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1일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로 구속기소된 국세청 직원 이아무개(42)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5년 3월 상속세 조사 과정에서 8억4400만원의 종합소득세를 탈루한 한 상속자를 찾아냈다. 이씨는 다음달 여러 차례 이 사람을 만나 “종소세 4억4500만원이 부과될 것이며 추가 세무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이씨는 상속자가 같은해 5월18일 세금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면서 “추가 세무조사 대상자로 지정하지 않으면 섭섭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제안하자, 손가락 한 개를 들어 보였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1천만원을 달라는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1억원으로 생각한 상속자는 같은달 24일 이씨에게 현금 1억원이 든 가방을 건넸다. 그러나 다음달 8일 세금이 애초 예상대로 부과되자 이씨는 1억원을 돌려줬다.
이씨는 지난해 7월 1심에서 1억원이 고스란히 뇌물로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부산고법은 11월 “이씨가 손가락 한 개만 들어 보였고 반환 의사를 밝힌 점 등을 보면 이씨는 1천만원만 받으려 했다”며 징역 1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먼저 요구했다면, 애초부터 받은 돈 전부를 받을 의사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돈을 돌려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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