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9일 김승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극도로 입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임직원들은 겉으로는 “예상했던 수순 아니냐”라며 평온을 유지했지만, 영장신청 이후 절차에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속영장 신청까지 다시 2~3일 늦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던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한화 쪽은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그룹의 한 임원은 전날 있었던 북창동 주점 종업원들의 회견 내용에 대해 “쇠파이프 등 도구를 사용했다고 기존에 보도됐지만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 청담동 술집엔 불빛이 있었을 텐데 김 회장 얼굴을 직접 봤다고 얘기를 못하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며 조목조목 짚었다. 한화의 이런 태도는 적어도 ‘납치·감금’이나 ‘조직폭력배 개입’ 등 ‘최악’의 혐의는 벗어날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예측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한화가 청정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발표를 한 것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사업들이 진척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는 일본 미쓰비시 상사와 함께 개발한 ‘청정개발체제’ 사업이 전세계 700여개 질산공장 가운데 6번째로 지난 5월초 유엔에 등록됐다고 밝혔다. 이 체제는 올 중순부터 온산에 있는 질산공장에서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이미 내부적으로 상당히 수사를 진행해 법원까지 넘어가는 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들었다”면서도 영장실질심사 및 구속적부심 청구 등 법이 보장하는 모든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조 홍보담당 상무는 “영장이 신청되면 법원에서도 여러 과정이 있으니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직원들도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지만 동요없이 평소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대책회의 등을 열며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화는 김 회장 부재 시에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각 계열사 CEO들이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담당하되 인수합병이나 국외진출 등 중요 현안은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이 김 회장과 수시로 만나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