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제대로 알기위해 대구에서 광주까지 10일동안 243㎞를 걸어온 달구벌고 학생과 교사들이 17일 오전 전남 담양 한빛고 인근에서 5.18 국립묘지로 향하고 있다. 광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달구벌고 학생들 열흘간 주먹밥 먹으며 ‘참뱃길’
5·18기념식 참석…“진실 담은 다큐 만들게요”
5·18기념식 참석…“진실 담은 다큐 만들게요”
“목숨을 걸고 정의를 따랐던 희생자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17일 오후 1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대구에서 광주까지 243㎞를 걸어온 대구 달구벌고 학생 21명이 제단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묵념을 올렸다. 학생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묘지를 하나하나 돌아보다 윤상원 열사의 무덤 앞에 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나지막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시작했다. 비장한 노래가 무덤 사이로 흐르면서 몇몇은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이던 임나래(18·3년)양은 “희생자가 이렇게 많을 줄 상상하지 못했다”며 “한사람 한사람이 꿈도 있고 일도 있었을 텐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가을(16·1년)양도 “우리랑 비슷한 나이의 희생자들이 많은 데 놀랐다”며 “죄 없는 어린 학생에게 총구를 겨눈 전두환은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중순 ‘5·18을 배우러 가보자’는 자율계획을 짜고 경로·식단·숙소 따위를 구체화했다. 학교 안팎에서 걱정이 많았지만 대구와 광주의 관점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이들은 7일부터 하루 16~29㎞를 걸었다. 주먹밥을 나누고 새우잠을 청하며 ‘나눔과 대동’을 몸으로 배운 참뱃길이었다. 걸으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과 〈오월의 노래 2〉를 배웠다. 동행한 교사 세명이 번갈아 5·18이야기를 들려줬다. 땡볕과 물집 탓에 어려웠지만 서로를 배려한 덕분에 한명도 낙오하지 않은 채 여정을 마칠 수 있었다.
이들은 대구로 돌아가면 5·18묘지의 인상과 참뱃길의 추억을 담은 영상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이다. ‘오월 광주’를 이웃한테 알리고 열흘 동안 겪은 공동체를 기억하려는 시도다.
출발 때 아버지의 동의를 받지 못해 혼란스러웠다는 이진욱(17)군은 “곡절이 있었지만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장에서 진실을 확인한 만큼 이웃한테 본 대로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18일 오전 10시 5·18묘지에서 열리는 27돌 기념식에 이들을 초청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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