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임기 보장’ 밝히자 입닫아
경찰 수뇌부 가운데 일부가 28일 이택순(55) 경찰청장을 두고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수사와 관련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이 청장은 이를 거부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김 회장 사건이 경찰청장의 거취를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이 청장 사퇴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 참석한 한 지방경찰청장은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누군가 ‘하위직의 반발이 심하다’는 얘기를 꺼내자 몇몇 간부들이 ‘이 청장이 용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경찰청장도 “경찰청장이 있으면 자유로운 토론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 청장이 자리를 비웠고, 그런 상황에서 이 청장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지방경찰청장과 본청 간부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경찰청 관계자는 “회의에서 조심스럽게 이 청장의 거취 문제를 얘기했으나, 회의 도중 청와대가 이 청장 임기를 보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이 청장이 ‘내 거취는 내가 알아서 한다’는 의견을 전해오자 모두 조용해지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청장은 이날 밤 퇴근길에 거취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날 경찰청으로부터 외압의혹 사건 수사의뢰서를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김승연 회장 사건의 경찰수사를 지휘한 서범정 형사8부장을 주임검사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이 사건을 맡도록 했다.
한편,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경찰청장은 이 사건의 은폐·외압 의혹에 있었는지 핵심 인물로서, 스스로 사퇴해 민간인의 몸으로 수사받는 게 경찰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이순혁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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