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의 김승연 회장 사건 관련 의혹 해명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일어난 뒤 최소한 경찰청 고위 간부 2명 이상이 한화그룹 고문인 최기문(55) 전 경찰청장과 통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최 전 청장의 통화내역을 조회해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감찰조사 결과 발표에서 뺐다.
수사를 보고받는 자리에 있는 경찰청의 한 경무관급 간부는 29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최 전 청장이 ㄱ대 교수를 하고 있어 수업과 관련해 자주 전화가 왔다”며 “김 회장 사건이 발생한 3월8일 이후에도 통화는 했지만 사건과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치안감급 경찰청 간부는 “김 회장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인 4월 말께 최 전 청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며 “최 전 청장이 ‘문제를 일으켜 후배들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지난 25일 김 회장 보복폭행 사건 수사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 전 청장이 서울경찰청 간부들과 통화한 내역은 공개했지만 경찰청 간부들과 통화한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남형수 경찰청 감사관은 “경찰청 간부들은 감찰 대상이 아니었다”며 “최 전 청장과 친분이 있어 전화를 할 수도 있는데 그것까지 다 감찰할 수는 없어 수사지휘 라인만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택순(55) 경찰청장도 지금까지 해온 해명과 달리, 김 회장 사건이 보도된 뒤인 지난달 말께 고교 동창인 유시왕(55) 한화증권 고문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 고문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김 회장이 남대문경찰서에 다녀온 다음날(4월30일) 이 청장과 사적인 통화를 하다가 말미에 ‘회장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며 “전에도 몇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청장이 미국에 가 있어 통화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그동안 “(김 회장 사건이 발생한 이후 유 고문과) 전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유 고문이 먼저 이 청장과 통화한 사실을 언론에 밝힌 뒤 이 청장은 “4월29일 귀국한 뒤 유 고문의 전화를 받았는데, 김 회장 얘기를 꺼내기에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이런 전화를 하느냐. 전화하지 말라’며 끊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임기제 경찰청장의 거취 문제는 정상인의 판단력을 갖고 봤을 때 의심할 만한 어떤 혐의가 나왔을 때 논의하는 게 순리”라며 “확실한 혐의가 없는데 이 청장 거취를 논의하는 건 (경찰) 신분상 적절치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전화통화와 관련한 이 청장의 거짓말과 관련해서도 “현재까지는 임기제 청장을 사퇴시킬 혐의가 나온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이택순 경찰청장 등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의 고위 간부들과 회의를 열고 “임기가 정해진 청장에 대해 집단적인 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정훈 김남일 신승근 하어영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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