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한봉씨의 운구 행렬이 5·18 민주묘역에 들어서고 있다.
‘5·18 최후 수배자’ 윤한봉 민주사회장
‘내 마음 깊은 곳, 당신을 묻는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광주 5·18민주묘지. 5·18의 ‘마지막 수배자’ 고 윤한봉씨의 주검이 태극기에 덮인 채 동지들 곁으로 한발한발 다가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낮게 울려퍼졌다. 영정 속의 윤씨는 하늘을 응시한 채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민주사회장으로 열린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은 이 미소를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고 ‘마음 깊은 곳’에 묻었다.
고인의 영결식에는 부인 신경희(47)씨 등 유족과 손학규·권영길·이부영·김태홍씨 등 정치인, 함세웅·송기숙·이홍길씨 등 민주인사를 비롯해 나라 안팎에서 300여명이 참여했다.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고인은 5·18 이후 27년 동안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씻으려 한 순간의 편안함도 허용하지 않았다”며 “이런 뜻을 받들어 5·18항쟁의 정신과 자세로 되돌아가자”고 말했다. 재미한국청년연합 강완모 대표는 “한없이 순박하게 웃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며 “살아남은 자들이 고인이 뿌린 씨앗을 끊임없이 싹틔우고 홀씨를 날려가겠다”고 울먹였다.
앞서 이날 오전 9시30분, 광주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마당에서는 윤씨의 갑작스런 죽음을 애도하고 영혼을 위로하는 노제가 올려졌다. 노제의 넋풀이 공연에서 모진 고문으로 가슴을 쥐어짜며 쓰러진 그가 ‘대동세상’과 ‘민주주의’를 새긴 꽃들을 밟고 돌아와 유족과 동지에게 주먹밥을 안기자 주변은 금세 울음바다로 바뀌었다. 넋풀이 젯상에는 재산도 자식도 남기지 않은 그의 청빈을 상징하듯 저서 〈운동화와 똥가방〉과 주먹밥 광주리만이 올라 보는 이들을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운구행렬은 노제를 마친 뒤 금남로 5가 민족미래연구소, 상무지구 5·18기념재단, 5·18자유공원 들불열사추모비 등 활동무대를 거쳐 5·18묘지로 향했다. 정부는 그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추서했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