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출산예정일 지나 사망, 조산원 책임없다"
산모의 진통이 시작되지 않은 단계의 태아는 사람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태아가 숨진 뒤 제왕절개 수술을 받게 해 산모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기소된 조산사 서아무개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산모 ㄱ(37)씨는 임신 5개월이던 2001년 4월 서씨가 운영하는 조산원에 찾아가 자연분만을 의뢰하고 상담했다. ㄱ씨는 6월께 병원에서 당뇨 증상이 있다며 입원치료를 하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서씨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출산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결국 ㄱ씨는 임신 42주째인 8월11일 조산원에 들러 태아가 저산소성 뇌출혈로 숨진 것을 확인한 뒤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검찰은 태아가 죽은 뒤에야 산모에게 수술을 받게 한 서씨를 산모에 대한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고, 항소심 때는 “태아는 사망 당시 사람인 상태였다”며 태아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도 추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리 형법은 태아를 임산부 신체의 일부로 보지 않고 있어 태아를 죽게 하는 행위가 임산부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당시 제왕절개 수술이 가능했으므로 태아는 이미 사람이 됐다”며 태아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죄도 적용해야 한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산모에게 분만 개시라고 할 수 있는 진통이 시작된 바 없어 태아는 사람이 됐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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