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카페.
가게주인 빚독촉 시달리자 ‘짠돌이 카페’ 도움 호소
‘번개’하며 인테리어등 지원…피자가게로 도약 발판마련
‘번개’하며 인테리어등 지원…피자가게로 도약 발판마련
지난 2월 초, 경기 안산의 ‘땡기네 그 닭발집’에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짠돌이’ 10여명이 모였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짠돌이 카페’(cafe.daum.net/mmnix) 회원들인 이들이 한달 벌이 10만원도 버거운데 높은 사채 이자에 시달려야 하는 이 닭발집 가족을 ‘구출’하러 ‘번개’(긴급 모임)를 한 것이다. 짠돌이들답게 ‘돈으로는 돕지 않는다’는 원칙이 서 있었다. 인테리어 업자, 홍보 전단지 제작자 등은 기술로 돕겠다고 나섰고, 아예 몸으로 때우겠다는 회원도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닭발집 사장 김아무개(30)씨가 짠돌이 카페에 글을 올린 것은 음식 재료를 살 돈마저 떨어진 지난 1월이었다. 가게를 시작하면서 하루 4만원씩 90일을 넣기로 하고 300만원 사채를 빌렸는데, 어느덧 빚이 1천여만원에 이르렀다. 추심업체에선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없을 것”이라는 협박이 들어왔다. 신세 한탄으로 시작한 김씨의 글은 언젠가부터 짠돌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김씨 글에 대한 짠돌이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운영자 이대표(30·아이디 대왕소금)씨는 “원래 자선 카페가 아닐뿐더러 예전에도 돈만 받고 종적을 감춘 사례가 있어 바로 삭제했다”며 “그래도 글이 계속 올라오기에 경고하려는 의도로 전화를 돌렸고 그때 절박한 김씨네 사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닭발집을 직접 찾아 현장 사진을 찍고 사정을 세세하게 담아 운영자 이름으로 글을 올렸다.
회원들은 처음엔 ‘스스로 해결하셔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아이디 ss222)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회원들이 ‘빚은 스스로 갚게 하고 금전이 아닌 걸로 힘을 보태자’(아이디 보미마더)는 논리를 펴면서 공감대가 넓어졌다. 지난 2월25일 닭발집은 피자가게로 다시 태어났다. 개업식 날, 안산 지역에 사는 짠돌이 회원들도 ‘맛있으면 사먹자’며 동참했다.
그 뒤 5개월. 하루에 많게는 20만원씩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가족들은 흩어지지 않아도 됐다. 장사가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5월에 배달을 나갔던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한 달 동안 일을 못했다. 그리고 ‘금세 다 갚을 것 같았던’ 사채는 아직도 털어내지 못했다. 불어나는 이자 탓이다.
끝내 공식 인터뷰를 사양한 김씨는 “가족이 함께 있고, 그동안의 도움을 발판 삼으면 희망은 있다”는 말을 남겼다. 짠돌이 카페 운영자 이씨도 “사채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그래도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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