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구직자들의 취업 스트레스
청년실업률 7.2%…‘취업난 스트레스’ 심각
취업 문제로 고민하던 젊은이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16일 오후 6시 50분께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 지방대학 4학년생인 김아무개(23·여)씨가 철문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광진경찰서 천종철 폭력1팀장은 “이틀 전 김씨가 취업 문제로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며 ‘논문 준비 등으로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받는데 엄마까지 왜 이러냐’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고 어머니가 말하고 있다”며 “취업 문제를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4일에는 서울의 명문 사립대를 2006년 초 졸업한 서아무개(25·여)씨가 약학대학 편입시험에 도전했다 실패한 것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서씨는 인문사회 계열 쪽 전공을 한 뒤 취업이 안 돼 지난해 말 약학대학을 가려고 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취업준비생 배아무개(30)씨도 “차라리 공무원 시험을 볼 걸 그랬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07년 6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 6월 현재 취업자 수는 2381만6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만5천명이 늘었지만 15~29살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7.2%에 머물러 있다. 이런 취업난에 따른 젊은이들의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지난해 서울의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등 입사시험에 연거푸 떨어져 1년 반 남짓 취직을 못 하고 있는 박아무개(25·여)씨는 “졸업하고도 날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앉아 있으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올 하반기에는 꼭 취직해야 한다는 생각에 밤에 잠도 안 온다”고 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지 1년 가까이 된 전아무개(27)씨는 “취업한 친구들을 만나면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껴 친구들 만나는 걸 피한다”고 말했다.
취업에 잇따라 실패한 이들의 상당수는 ‘취업 스트레스’ 탓에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다. 지난달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에서 20대 구직자 10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구직자의 47.3%가 ‘취업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홍식 연세대 의대 교수(정신과)는 “실패가 반복되면 우울증을 겪게 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다”며 “청년 구직자의 가족들은 남들과 비교해 실패감을 키울 것이 아니라 가족 공동의 문제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의대 신경정신과 최준호 교수는 “취업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척도는 아니기 때문에 취직 하나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다각도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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