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설탕시장 점유울 추이
출고량 일정하게 유지하고 10년새 14차례 가격협의
지난해 밀가루·세제 이어 또 불법…과징금 511억원
지난해 밀가루·세제 이어 또 불법…과징금 511억원
‘설탕의 담합’은 달고도 길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씨제이(CJ)와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설탕업체 3곳이 1991년부터 2005년 9월까지 무려 15년 동안 제품 출고량과 가격을 짬짜미했다며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모두 511억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양사와 대한제당은 검찰에 고발됐다. 조사과정에서 1순위로 자진신고한 씨제이는 고발을 면했으며 과징금도 50% 감면받아 227억6300억원을 부과받았다. 삼양사와 대한제당의 과징금은 각각 180억200만원, 103억6800만원이다. 이로써 1960년대 ‘삼분사건’에 빗대어 ‘신삼분사건’이라 불리던 생활필수품 관련 짬짜미 사건이 지난해 밀가루와 세제에 이어 실체를 드러냈다.
설탕 3사의 담합 이야기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까지 설탕산업은 대한제당협회가 원당 수입추천 비율을 일정하게 정해주는, 사실상 정부가 행정지도로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91년부터 원당 수입자유화가 시작되자 90년 말 영업본부장들끼리 모여 회사별 출고비율을 일정하게 정하고 이 비율로 설탕 출고량을 조절하기로 합의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매달 특별소비세 납부실적을 교환하며 반출실적이 맞는지 점검하기까지 했다. 99년 설탕에 매기는 특별소비세가 폐지된 이후에는 출고실적 자료를 교환하며 합의를 어기는 회사가 없도록 서로 ‘단속’했다. 실제로 설탕 내수시장의 시장점유율은 수입자유화 이후 십수년 동안 거의 일정한 구성을 보였다.(표) 이들은 97년 이후 14차례나 가격을 조정하는 등 원당가 상승 등 가격 변동요인이 생기면 영업임원들과 영업부장들이 모여 합의했다. 이 결과 설탕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02년 약 20%, 2005년 12% 등으로 비슷한 1차 곡물가공품(전분·사료 등) 부문의 영업이익률 3.99%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사실 설탕 부분의 짬짜미 조사는 90년대 말 공정위가 시도했으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실패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2005년 재조사에 들어가 그해 여름 결정적인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 제보자의 말을 듣고 찾아간 장소에 짬짜미에 관한 회사들의 합의 문건들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이 제보자는 수억원대의 포상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이의신청을 검토하는 등 반발하는 분위기다. 씨제이 쪽은 “정부가 행정지도를 90년까지 해왔고, 갑자기 자유화는 됐지만 설탕 생산공장은 건설비가 막대하게 들어 다른 회사들이 투자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90년 직후부터 15년간을 같은 잣대로 판단한 건 억울하다”고 밝혔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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