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 안산 ‘국경 없는 마을’에서 열린 ‘이주민 문화 멘토와 다문화 코디네이터’ 프로그램 세번째 수업에서 필리핀 출신 자넷·란 짝(맨 앞)을 비롯해 여러 나라 출신의 외국인과 한국인들이 서로 손을 안마해주고 있다.
‘국경없는 마을’ 프로그램 한국말 농담으로 떠들썩
“함께 어울리니 재밌어요”
“함께 어울리니 재밌어요”
지난 22일 오후 2시 경기 안산 이주민지원센터 ‘국경 없는 마을’의 대회의실. 여덟 나라 출신의 외국인과 한국인 3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번이 세번째 만남이지만, 아직까지는 서먹서먹한듯 주로 같은 나라 출신끼리 모여 앉았다.
이날의 강사 김월식(42)씨는 먼저 모든 참가자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 안마를 해주도록 했다. 같은 나라 출신끼리 조근조근 대화하느라 조용했던 회의실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아나벨레는 같은 나라 출신 이주노동자인 프루덴시오의 어깨 안마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국말로 소리쳤다. “시원해! 잘해!” 어느새 국적이 다른 사람들끼리도 서툰 한국어로 농담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국제결혼과 이주노동자 증가로 여러 국적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섞여들고 있지만 정작 서로의 문화를 나눌 기회는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경 없는 마을의 ‘이주민 문화 멘토 및 다문화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은 그런 기회를 일상 속에서 만들려는 시도다. 마치 여러나라 출신의 미녀들이 서로 경험과 문화를 나누며 수다를 떠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이곳 안산으로 옮겨온 듯하다.
안마로 몸을 푼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필리핀이나 한국이나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니면 몸을 대는 것은 어색하지 않나요?”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주민 자넷이 두 나라의 문화적 공통점을 짚어내자, 몽골에서 온 유학생 따와는 차이점을 말했다.
“몽골 사람들은 좀더 개방적이라 처음 본 사람끼리도 허물 없이 손을 잡아요.” “미국에 연수갔을 때 친구와 손을 잡고 다니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더라”는 한 한국 여성의 말에 강사 김씨가 아쉬워했다. “오늘 영국에서 오신 분이 결석해서 아쉽네요. 서구 문화권 이야기를 들으면 좋았을 걸.” 오후 6시. 모임이 끝나자 엘레니타 란(37·필리핀)은 함께 온 두 아이들을 찾았다. 우리말이 서툴러 남편이나 아이들과 소통이 어렵다는 그는 “한국어 배우기나 김치 담그기, 한복 입기 같은 교육보다 한국 사람과 외국 사람이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관에서 국제결혼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민정(35)씨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지 10달밖에 안 되는 이주노동자 나남주한디(23)와 그사이 친해져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신지은(39)씨는 “처음에는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을 대하는 게 낯설었는데, 계속 만나다 보니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8일부터 10주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결혼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인 ‘문화멘토’ 25명과 한국인인 ‘코디네이터’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윤종필 국경 없는 마을 기획팀장은 “한국에 온 이주민들이 자기 나라 문화를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다문화가 인정되지 않는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라며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가정이나 직장으로 돌아가 다문화란 개념을 확산시키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몽골 사람들은 좀더 개방적이라 처음 본 사람끼리도 허물 없이 손을 잡아요.” “미국에 연수갔을 때 친구와 손을 잡고 다니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더라”는 한 한국 여성의 말에 강사 김씨가 아쉬워했다. “오늘 영국에서 오신 분이 결석해서 아쉽네요. 서구 문화권 이야기를 들으면 좋았을 걸.” 오후 6시. 모임이 끝나자 엘레니타 란(37·필리핀)은 함께 온 두 아이들을 찾았다. 우리말이 서툴러 남편이나 아이들과 소통이 어렵다는 그는 “한국어 배우기나 김치 담그기, 한복 입기 같은 교육보다 한국 사람과 외국 사람이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관에서 국제결혼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민정(35)씨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지 10달밖에 안 되는 이주노동자 나남주한디(23)와 그사이 친해져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신지은(39)씨는 “처음에는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을 대하는 게 낯설었는데, 계속 만나다 보니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8일부터 10주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결혼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인 ‘문화멘토’ 25명과 한국인인 ‘코디네이터’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윤종필 국경 없는 마을 기획팀장은 “한국에 온 이주민들이 자기 나라 문화를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다문화가 인정되지 않는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라며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가정이나 직장으로 돌아가 다문화란 개념을 확산시키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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