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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육성 공개 중단해달라” 피랍자 가족들 호소

등록 2007-07-30 21:25수정 2007-07-31 06:18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다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의 주검이 한국에 도착한 30일 부인 김희연(왼쪽)씨와 형 배신규씨가 경기 분당에 마련된 피랍가족모임 사무실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다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의 주검이 한국에 도착한 30일 부인 김희연(왼쪽)씨와 형 배신규씨가 경기 분당에 마련된 피랍가족모임 사무실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는 육성 공개를 원치 않습니다.”

외신에 이어 국내 언론까지 아프간 인질들의 목소리를 잇달아 공개하자, 피랍자 가족들이 ‘탈레반의 전술’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며 ‘육성 공개 중단’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나섰다. 가족들은 “탈레반이 피랍자들의 육성을 팔고 나중엔 동영상까지 팔아먹으려 들 것”이라며 “이러면 피랍 사태가 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목숨 거래되는 기분…탈레반 전략 휘말리기 싫어”

피랍자 가족모임의 차성민(30) 대표는 30일 “국내외 언론사들의 잇따른 피랍자 육성 공개에 가족들이 일일이 반응할 경우 납치세력의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며 “이젠 반응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그는 “피랍 인질들의 목소리 공개는 예상된 수순이고 탈레반의 전략”이라며 “가족들 모두 붙잡힌 인질들의 목숨이 거래되는 기분이 들어 힘들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방침에 따라 지난 29일 오후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로 국내에 근황이 알려진 이지영(37·여)씨 가족들은, 언론사 쪽에서 이씨와 어머니 사이에 직접 통화를 주선하겠다고 했으나 “탈레반의 협상 전략에 휘말리기 싫다”며 거부했다. 같은 날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통화한 피랍자 김지나(32·여)씨와 심성민(29)씨의 가족들도 방송사 쪽의 목소리 확인 요청을 거절했다. 차 대표는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피랍자들이 더욱 곤경에 처할 수 있어 이런 판단을 한 것”이라며 언론의 협조를 당부했다.

“구출작전 대비한 탈레반 혼란 유발 전술” 분석

탈레반 쪽은 극도의 긴장과 고통 속에 있는 인질들의 육성을 언론에 흘려 협상 상대방을 압박하고, 돈까지 챙기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인질들의 인터뷰는 △납치에 대한 두려움 △건강 문제 토로 △빠른 사태 해결 촉구 등의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이동 빈도나 억류 장소 등에 대해선 다소 상반되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의 구출작전 가능성을 우려해 혼란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탈레반과 직접 연결 통로를 구축한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 통신사의 샤라파트 야쿠프 편집장은 “모든 것은 돈이다”며 “돈 없이 인터뷰는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연합뉴스>가 전했다. 탈레반이 요구하는 대가는 <한국방송>(KBS)의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한국방송>은 지난 27일 ‘탈레반으로부터 여성 인질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를 2만달러에 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테러집단과 거래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 거부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간부 인터뷰에 몇백달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수석연구위원은 “언론 윤리상 돈을 주고 정보를 사는 취재 행위는 보도 내용이 공공 이익에 크게 기여할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지적했다.


성남/김기성 최원형, 서수민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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