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꾸려진 충남 당진문화원 동영상 제작반원들이 동영상 제작 기법을 배우고 있다.
“동영상 그까이꺼 하다보면 되것지 뭐!”
“동영상 그까이꺼 대~충 찍어서 틀면 되는거 아녀?” 지난 2일 저녁 충남 당진문화원에서 열린 ‘작은 영상상영회’가 끝나자 구경온 이들은 노인대학 동기들인 이안기(65)씨와 신영호(66)에게 우스갯 소리를 하며 부러워했다. 이날 영상상영회에 출품한 이는 당진문화원의 ‘땡땡땡 실버문화학교’ 동영상 제작반인 신씨 등 12명으로 각각 120~300초 분량에 슬라이드 사진에 음악을 곁들인 영상물을 선보였다. 신씨는 가요 비둘기집에 맞춰 ‘행복이 가득한 우리집’을, 이안기씨는 부인 유석윤(58)씨와 ‘당신’ ‘사랑하는 마음’을 각각 제작했다. 동영상 제작반은 애초 동영상을 촬영해 요즘 유행하는 유시시(UCC, 사용자제작컨텐츠)를 만들 작정이었지만 60세 이상인 수강생들이 컴퓨터로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기가 쉽지 않아 사진을 무비메이커 프로그램으로 연결하고 배경음악을 넣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기술 지도는 전문가들로 꾸려진 영상집단 ‘연분홍치마’가 맡았다. 이안기씨는 부인과 같이 직접 도비도~삼길포 일대를 돌며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로 영상을 제작했다. “분위기 좋은 한 쌍이 보이면 슬슬 따라다니다가 좀 떨어져 딴 데를 본다 싶으면 셔터를 눌렀지 뭐. 이게 초상권 침해라는디 괜찮을까 몰라.” 어찌하다 정한 노래가 남·여의 이별을 소재로 한 것이어서 등 돌린 부부 모습을 누구에게 찍어 달라기도 쉽지 않아 관광객들을 ‘도둑 촬영’했단다. 디지털카메라는 아끼던 필름카메라를 아들에게 주고 맞바꿨다. 황동연(64)씨는 면천면의 유적지 등을 찍고 배경음악은 가요 〈산라의 달밤〉을 ‘아~ 면천의 밤이여. 영탑사의 종소리 들리어 온다’ 로 가사를 바꿔 직접 불렀다. 이들은 ‘얼떨결에 하다보니 영상, 목소리 녹음 모두 아쉬움이 많아’ 동영상제작 동아리를 꾸려 본격적인 유시시 제작에 나서기로 했다.
정정희 당진문화원장은 “옆집 돼지가 새끼낳는 모습을 할아버지는 카메라에 담고 할머니는 마이크를 쥐고 중계하는 동영상이 나올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진문화원 (041)354-2367. 당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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