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행식씨…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아내에게 쓴 영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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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까지 타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이십니까. 제발 인질들을 보내주세요.”
21명의 인질들을 살리기 위한 가족들의 호소가 눈물겹다. 주한 미국대사관과 이슬람사원을 찾아 ‘역할’과 ‘중재’를 간청한 가족들은 이번엔 동영상을 만들어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나섰다.
피랍자 가족모임 이정훈(29) 부대표는 “그동안 가족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애타는 가족들의 사연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 국내외 유명 인터넷사이트 등에 올렸다”고 6일 밝혔다. 지난 4일 제작에 들어간 동영상은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가족들의 심경을 담은 인터뷰와 호소문, 피랍 사태 이후 가슴 졸이며 지내는 가족들의 모습 등으로 구성됐다.
6일 저녁 7시께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와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 등에 올려진 첫 동영상에는 피랍자 김윤영(35·여)씨의 남편 류행식(36)씨가 보낸 애절한 영상편지가 담겨 있다. 김씨는 8살과 6살짜리 남매를 둔 엄마다. 류씨는 영상편지에서 “여보, 많이 덥고 힘들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싫고 미울 수 없소. (아이들에겐) 엄마가 아프간 사람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곳 아이들하고 좀더 지내다 온다고 했어. 좀더 참고 견뎌줘”라며 울먹였다.
가족모임은 특히 지난달 25일과 31일 살해된 배형규(42) 목사와 심성민(29)씨의 가족들이 절규하는 모습도 담아 이번 인질 사태의 충격과 비극을 국제사회에 알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질들의 아프간 방문 목적이 순수한 봉사활동이었음을 강조할 예정이다.
영어와 아랍어 등을 자막으로 넣어 제작하는 이 동영상은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최근 무장세력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는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의 홈페이지 등에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가족들은 동영상이 왜곡·전달돼 인질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하고 있다. 이 부대표는 “일부 언론에서 동영상 제작·배포를 ‘탈레반에 대한 맞대응’이나 ‘전략적 대응’ 등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미국과 아프간 정상이 실효성 있는 인질 사태 해법을 내놓지 못한 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와 탈레반 사이의 협상 결과가 더 중요하다”며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이날 피랍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분당 샘물교회에는 <로이터> <에이피> <프랑스24> 등 많은 외신들이 찾아와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성남/김기성 기자, 유희곤 인턴기자(연세대 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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