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재 마사회장
150여m 더 운전…뺑소니 의혹
이우재(71) 케이아르에이(KRA·옛 한국마사회) 회장이 지난달 31일 교통사망 사고를 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충남 공주경찰서는 이 회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11시30분께 공주시 우성면 36번 국도 대전 방향 연미산터널에서 자신의 업무용 승용차를 운전하다 옆 차로에서 달리던 경운기를 들이받아 경운기를 몰던 오아무개(69)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이 회장은 사고 뒤 대전 쪽으로 계속 주행해 터널을 벗어난 뒤 갓길에 정차한 것으로 드러나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사고를 낸 곳은 700여m 길이인 2차로 일방통행 터널의 가운데인 약 400m 지점으로, 이 회장이 사고 후 진행한 거리는 300m 정도다. 또 이 회장은 앞서 진행하던 차량 운전자가 백미러로 사고를 목격하고 119에 신고한 10분 뒤에야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통사고 담당 경찰관은 “사람이 숨질 정도로 사고가 났다면 운전자가 들이받은 사실을 모를 리 없고, 사고 즉시 차량을 세우지 않고 300m 정도를 운전했다면 도주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경찰에서 “터널이 어두워 경운기를 보지 못했으며 터널 안 구조물을 들이받은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 회장은 또 “뒤따르던 화물차 운전사가 ‘아저씨가 사고를 내 사람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터널 안으로 돌아가 사고 현장을 확인했다”며 “휴대전화가 잘 안돼 터널 바깥쪽으로 다시 나와 119에 전화했다”고 덧붙였다.
공주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목격자 진술 등이 이뤄지지 않아 이 회장에게 뺑소니 혐의를 적용할지 등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승마장 건립과 관련해 이완구 충남도지사를 만나려고 대전으로 오던 길이었다. 충남도지사 비서실 관계자는 이 지사의 경찰에 대한 청탁전화설과 관련해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당일 오후 2시께 공주경찰서에 가 이 회장을 만나고 경찰에 사고 경위를 물어보기는 했으나 이 회장의 조사는 끝난 뒤였고 잘 봐달라고 부탁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05년 4월 마사회 회장에 취임했다.
공주/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