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피랍자 전원이 모인 카불의 한 호텔에서 문화방송 카메라에 포착된 김만복 국정원장의 모습.
아프간서 요원들 잇따라 카메라 앞 등장
국정원까지…그동안 노고까지 ‘무색’
국정원까지…그동안 노고까지 ‘무색’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말은 이제 국가정보원의 지향점이 아닌 모양이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잇따른 노출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인질 19명 전원 석방에 합의한 지난 28일 탈레반과 정부 대표의 대면 접촉 직후 짙은 선글라스를 낀 국정원 요원으로 보이는 한국 대표가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하고 탈레반 대표와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이 외신들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어 31일에는 피랍 석방자 전원이 모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호텔에서 정보기관의 수장인 김만복 국정원장의 모습이 한국의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국정원장은 카불 현지에서 풀려난 피랍자와 서울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직접 연결해 주었으며, 이런 모습은 텔레비전 뉴스에서까지 방영됐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사건 초기부터 정보 파악 등에 특출한 성과를 올리고 협상에서도 큰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정원장까지 현지에 가고, 그것도 모자라 석방 피랍자와 가족들의 전화 통화까지 주선해 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은밀성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일을 추진해야 할 국정원장이 전면에 나타나 ‘격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자신들의 ‘공’을 과시하려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선글라스를 쓴 협상 대표의 신원에 대해 “이번 협상을 위해 특별하게 데려온 분이라고만 알아달라”고 말해 굳이 국정원 요원임을 감추지 않았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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