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에 물류부문 4844억 부당지원…값 높게 쳐주기도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들이 유리한 조건으로 서로 물량 몰아주기 등 부당 지원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공정위가 재벌의 ‘물량 몰아주기’를 제재한 첫 사례로, 앞으로 이와 같은 형태의 재벌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6일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 5개사의 부당 내부거래 행위를 적발해 모두 63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별 과징금 액수는 현대자동차 508억100만원, 기아자동차 61억5400만원, 현대모비스 51억2900만원, 글로비스 9억3400만원, 현대제철 1억3900만원씩이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현대차 그룹의 부당 지원 행위는 두 가지 형태다. 첫 번째는 ‘물류업무 몰아주기’다. 조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은 운송주선업체인 글로비스에게 수의계약 등을 통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배달탁송, 장비임대 등 일감 1조3600여억원을 몰아줬는데, 이 가운데 4844억원이 지원성 거래에 해당하며 부당 지원금액은 481억여원에 달한다. 글로비스는 2001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두 번째는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한 부당지원 행위다. 공정위 조사에서 현대자동차는 모듈 부품 재료비 인상을 명목으로 현대모비스에 소급산정까지 해가며 모두 1067억원을 내주고, 기아차가 모비스에 주기로 한 단가 인상분도 대납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모비스·글로비스·현대자동차는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결제를 현대카드로 바꿔 91억6600만원을 지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의 김원준 시장감시본부장은 “기업의 성패가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아니라 대규모 기업집단과의 관련에 따라 좌우되는 시장 관행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른 그룹의 유사 물량 몰아주기 등에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라 밝혔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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