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
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
“(일정한) 지위에 있는 여성에 대한 문제가 터지면 실체보다는 사생활을 파헤쳐 인권을 침해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의 본말을 잊게 하고, 여성의 인권을 비하하는 데 동참하게 만드는 언론의 보도 태도야말로 문제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은 14일 〈문화일보〉의 신정아씨 알몸사진 보도사건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우리 안에 여성인권 감수성이 일천함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시민단체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신정아 미모가 어떻다, 사진이 합성됐다 안 됐다 식의 답글이 인터넷에 달리는 것이 선정적 언론 보도의 결과”라며 “주변 여성들 모두 내가 발가벗겨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수많은 여성들에 대한 인권 침해이며, 다수를 대상으로 성희롱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방지법 등이 제정되더라도 언론인들의 인식 수준이 저급한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형사 피고인에게도 인권이 있는데, 여성의 인권을 존중·보호하지 않는 문화일보의 행태는 보도 윤리의 고급, 저급 수준을 넘어 상식적으로 문제있는 수준”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한 “문화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기회에 사생활 보도를 일삼고, 문화일보의 사진을 받아쓰며 인터넷에 널리 확산시킨 다른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시민단체들의 구체적 대응책과 관련해 그는 “신정아씨와 접촉이 안 되는 상황에서, 본인이 아니더라도 인권위나 언론중재위를 통해 할 수 있는 법적 대응, 명예훼손 등 민형사 소송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문화일보 불매운동과 광고 거부운동을 펼쳐 이런 문제를 사회가 더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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