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 중앙대 총장
박범훈 중앙대 총장, 이명박 선대위로
현직 대학교 총장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발족할 이 후보 선대위에서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게 된 박범훈(사진) 중앙대 총장은 애초 문화예술 분야를 맡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본인이 “현직 대학 총장이 특정 후보의 선대위원장 직함을 갖는 게 부적절하다”고 사양해 직함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 직책도 선대위원장급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수들의 정치 참여는 자율적 선택의 문제지만, 총장의 경우는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영문학)는 박 총장의 행보에 대해 “매우 뜻밖”이라면서도 “예전처럼 ‘학문만 하는 선비’라는 개념도 없어져 가고 있고, 한 개인이 정치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쪽 자리를 맡은 상태에서 총장직도 유지하면 총장이 가진 상징적 가치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일 수 있고, 학교일에 전력투구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중앙대의 한 교수도 “정치 참여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총장직을 계속 유지한다면 중앙대 교수들이 따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인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는 “한국의 대학교육이 정치 권력에 얼마나 휘둘리는가를 보여주는 일”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개인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사회에서 못할 일은 아니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결정에 순수한 개인의 정치적 판단보다는 관행화된 정치와 교육의 유착 관계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중앙대 학생은 “교수 직위를 가진 분이 정치에 참여하는 게 나쁘다고 보지는 않지만, 총장 직위에 계시기 때문에 학교 전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이미지로 비춰질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부터 선대위원장 영입 제의를 받은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은 끝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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