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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무법인들 저작권 ‘합의금 장사’

등록 2007-10-11 09:05수정 2007-10-11 16:15

네티즌 “처벌 위협하며 합의 유도…개인만 철퇴”
저작권자들 “침해 심각해 의뢰할 수밖에 없다”
웹하드에 컴퓨터 파일 형태로 된 소설 자료 40여개를 올렸던 노아무개(23)씨는 지난달 7일 경찰한테서 “저작권 침해로 고소가 들어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컴퓨터 정리를 하다가 백업을 위해 올렸던 파일들을 ‘별 문제 없겠지’라는 생각에 남들이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둔 게 문제였다. 합의를 위해 소설 저작권자의 대리인인 ㅅ법무법인에 연락한 노씨는 “한 건이 걸렸으며 합의금은 100만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노씨는 “적발된 자료가 더 많을 텐데, 그것도 함께 합의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직원은 “고소된 것만 합의가 가능하다”며 거부했다.

40건 모두 고소당하면 합의금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생각에 겁을 먹은 노씨는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다가 ‘파일 공유·음란물·저작권 단속 관련 네티즌 대책토론’(cafe.naver.com/userjosa)이라는 카페를 발견했다. 회원수가 1만9천여명에 이르는 이 카페에선 노씨처럼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유포했다가 고소된 사람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경찰에 출석 요청을 받거나 합의금을 물었다는 글들이 하루 4∼5건씩 올라오고 있다. 저작권자한테서 저작권을 위임받아 단속활동을 하는 법무법인들에 걸린 이들이 대부분이다.

법무법인들은 웹하드, 포털 카페, 피투피 서버 등에 올라 있는 자료들 가운데 불법자료를 내려받으면서 그 과정을 증거로 남긴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고소한 뒤 합의금을 받는 방식으로 저작권 보호 업무를 하고 있다. 대학생 80만원, 일반인 100만원 등 나름의 합의금 기준까지 있다. 또 노씨의 경우처럼 여러 건의 저작권 침해에 한꺼번에 합의를 보지 않고 건별로 나눠 처리하는데, 네티즌 대책토론 카페에서는 이를 ‘시간차 공격’이라 하고 있다.

하지만 고소를 당한 이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카페 운영자인 누리꾼 ‘사랑한다’는 “영리를 목적으로 불법 자료를 대량 공유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나 ‘헤비 유저’(대용량의 자료를 올리는 사람)는 아무리 신고해도 별다른 조처가 없고, 한두 건의 자료를 올린 개인들만 철퇴를 맞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화 저작권 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시네티즌의 신용규 대리는 “파일을 올린 사람의 포털·웹하드 아이디로 수사를 의뢰하는데, 헤비 유저들은 명의 도용 등의 방법을 써 수사기관에서조차 신원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솔로몬의 강명준 변호사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법무법인이 하는 일에 대해 형평성을 따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저작권자들도 엄정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 회장인 금강씨는 “오늘 출판된 책이 다음날 인터넷에 파일로 돌아다닐 정도로 저작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법무법인에 의뢰를 해서라도 대응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이름 밝히길 꺼린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과도한 합의금 유도는 문제라고 보지만, 저작권 대리인이 권리 행사를 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이동환 수사과장은 “저작권 보호가 합의금 장사로 잘못 빠지고 있다”며 “영리 목적의 민간 업체가 아닌 비영리단체를 통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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