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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말 나올라’ 한달 지나 10만원과 편지

등록 2007-11-05 21:29수정 2007-11-05 23:11

성동서, 이랜드 전 노조위원장 집 문 부수고 연행
가족들 “정식 사과 먼저”
“쾅! 쾅! 쾅!”

몇차례 굉음이 일더니 아파트 자동자물쇠가 부서지고 문고리가 떨어져 나갔다. 지난 9월22일 오전 11시께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의 한 아파트. 추석 연휴 첫날 아침의 여유를 즐기던 일가족은 혼비백산했다. “경찰이다!”라는 말에 40대 가장은 “아이들이 있으니 조용히 가자”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문이 부서지고 형사 7명이 들이닥쳤다. 열살, 열두살 두 아들은 방으로 숨었고, 초등학교 6학년인 큰딸은 구토를 했다. 큰딸은 초인종 소리에 나가봤다가 모니터에 보이는 건장한 남자들이 “택배 아저씨야”라고 말하는 게 이상해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던 참이었다.

이렇게 붙잡혀간 장석주(45) 전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은 사흘 만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풀려났다.

그로부터 한달 가까이 지난 10월19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장 전 위원장의 부인(41) 앞으로 수사지원팀장 이름의 편지 한통을 보냈다. 10만원짜리 우편환과 함께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귀하 주택의 출입문 자물쇠를 파손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글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장 전 위원장은 “내가 구속돼 있을 때 경찰이 다시 아이들만 있는 집에 찾아와 ‘문 수리하는 데 얼마 들었냐’ ‘부모가 뭐라 하더냐’고 묻고 사라졌다”며 “부서진 문을 변상하기 전에 아이들과 가족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용찬 성동경찰서 수사과장은 “체포영장은 아주 평화롭게 집행했다”며 “처음에 택배라고 말한 것은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것일 뿐 영장 제시 등 적법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포 현장에 있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이랜드 사태로 사회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추석 전에 급하게 체포하려다 보니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며 “(체포 시점이) 추석 연휴이기도 하고 아이들도 놀라서 이래저래 말이 나올까 싶어 윗선에서 돈을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결의 박주민 변호사는 “미리 소속과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영장 제시 없이 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은 집행 과정에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는 “체포영장이 있다고 해서 가족들이 받는 심리적 위협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문을 부순 것은 과잉수사에 의한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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