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암살 배후’ 끝내 못밝히고…권중희씨 별세
권중희씨 별세…암살범 안두희씨 찾는 등 평생 노력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배후를 밝히기 위해 평생 노력해 왔던 권중희씨가 지난 16일 오후 4시께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1.
그는 이날 컴퓨터 앞에서 ‘최소한의 염치도 양심도 없는 한나라도당은 각오하라!’라는 제목의 글을 쓰다가 심장마비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권씨는 1981년 안두희씨가 백범 살해를 부인하는 내용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안씨가 미국으로 도피하려고 여권을 발급받는 데 논란이 일자, 직장을 그만두고 백범 살해의 배후를 쫓기 시작했다. 그는 87년 3월 서울 신촌에서 안영준이라는 가명으로 숨어 지내던 안씨를 찾아냈으며, 몽둥이로 안씨를 때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등 안씨와 관련해 두차례 옥고를 치렀다. 91∼92년에는 안씨로부터 네차례에 걸쳐 암살 배후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 이를 바탕으로 93년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권씨는 2004년에는 ‘백범 선생 암살 진상규명 방미 조사단’을 꾸려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 등을 방문해 진상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민족정기구현회’ 회장이었던 그는 ‘주한미군 철수 운동본부’와 ‘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의 고문을 맡아 통일운동에도 힘써 왔다.
장례식은 ‘민족통일 애국지사 고 한길 권중희 선생 장례위원회’(위원장 백기완)가 맡아 사회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자(68)씨와 장남 태정(43), 장녀 혜선(41), 차남 태연(37)씨 등 2남1녀가 있다. 장례식장은 서울 서초동 강남성모병원 11호실이며, 발인은 20일 오전 7시30분이다. (02)590-2576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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