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노인이 북한 선교 및 통일사업을 위해 써 달라며 기증한 전 재산을 기증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하고 사실상 사유화해 왔다는 반발을 사 온 한민족세계선교원(<한겨레> 10월16일치 9면)이 기증 재산을 모두 내놓게 됐다.
통일부는 23일 “비영리사단법인 한민족세계선교원에 대해 다섯 차례 특별 사무검사와 청문회를 벌인 결과, 지난 21일 법인설립 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교원은 한 달 안에 청산 절차를 거쳐 남은 재산을 원래 설립 목적에 맞는 법인 등에 기증해야 한다.
1984년 자신의 전 재산인 경기 남양주 땅 9만 평을 선교원에 기증했던 조관실(90)씨는 선교원이 땅을 이사장 개인 명의로 등기하고 정관을 13차례 바꿔 가며 애초 기증 목적과 달리 ‘세계 선교’에 주력하자 통일부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통일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주무 관청인 통일부의 이미지를 훼손해 법인설립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법인설립 허가 취소 사유로 △목적 이외의 사업 수행 △공익을 해치는 행위 △편법적인 예산집행 및 사실상의 법인 사유화 등을 들었다. 통일부는 조준상 선교원 이사장이 조씨의 기증 재산을 개인 명의로 소유하고, 종신 이사장직을 규정한 내부 규정을 만드는 등 사실상 법인을 사유화한 것으로 판단했다.
선교원은 법인 부동산을 이사장 명의로 등기한 데 대해 “절대농지라 법인 소유가 안 된다”고 해명해 왔으나, 지난 10월29일 통일부가 청문회를 실시한 뒤 갑자기 법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 신청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설립 목적을 ‘세계 선교’ 등으로 넓히는 정관 변경이 허가되기도 전에 기증 재산을 이용해 이사장 명의로 교회를 사들이고, 기증 재산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아 영리회사를 차린 뒤 부동산 투자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선교원은 지난 1995년 넉 달 동안 날마다 30t 가량의 산업폐기물을 기증받은 땅에 매립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등 불법 행위를 하기도 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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