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왕국을 넘어 민주공화국으로’라는 주제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진방 인하대 교수가 1994년부터 2007년까지의 삼성생명 지분 변동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경제개혁연대 “SDS 신주인수권사채 전량 이씨에 매각”
이재용씨, 수수료 한푼 안내고 시가 1/8 가격에 인수
이재용씨, 수수료 한푼 안내고 시가 1/8 가격에 인수
검찰의 삼성증권과 삼성에스디에스에 대한 압수수색이 강도높게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증권이 지난 99년 이건희 회장 외아들 재용(현 삼성전자 전무)를 비롯한 자녀들에게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헐값에 배정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공개된 삼성그룹 내부문건인 ‘JY(재용) 유가증권 취득 일자별 현황’과 삼성에스디에스 관련 소송의 판결문 등을 분석해 본 결과, “에스디에스의 비더블유 발행 및 재용씨의 인수과정을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이 기획하고 여기에 삼성증권이 동원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3일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의혹을 제기한 정황은 이렇다. 삼성에스디에스는 지난 99년 2월26일 ‘제20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총액 230억원,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7150원으로 발행한다.
당시 주간사는 에스케이증권이 맡아 발행당일 전량 인수해 바로 다음날 채권과 신주인수권을 분리해 채권을 삼성증권에게 218억2천만원에, 신주인수권은 11억8천만원에 이재용씨와 세명의 여동생, 이학수 당시 구조본부장과 김인주 재무팀장 등 6명에게 매각한다. 그뒤 삼성증권은 다시 곧바로 채권을 재용씨 등 6명에게 한푼의 수수료도 없이 같은 가격으로 전량 매각한다. 이에 따라 당시 재용씨는 장외시장에서 5만8천원에 거래되던 삼성에스디에스 주식을 7150원에 얻어, 현재 9.1%의 지분으로 개인으로서는 에스디에스의 최대주주가 되는 기반을 마련한다.
아이티계열 회사인 삼성에스디에스는 이재용씨가 삼성에버랜드, 서울정보통신과 함께 지분을 집중매입한 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지금도 비상장인 상태로 유지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재용씨의 그룹 지배권 강화와 이를 위한 재산증식에 지렛대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에스디에스의 ‘긴급자금조달계획서’ 작성부터 비더블유 발행까지 과정이 불과 1주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주간사인 에스케이증권이 인수한 뒤 단 하루 만에 이를 전부 삼성증권과 이씨 등에게 매각한 점을 의혹의 핵심으로 꼽았다. 최한수 팀장은 “정상적인 독립거래라면 삼성증권이 수수료 한푼 없이 채권을 매각하는 거래는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에스케이증권을 형식적 주간사로 한 것은 계열증권사가 특수관계인의 유가증권 발행에서 주간사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에스디에스 비더블유의 저가발행 관련 의혹은, 참여연대가 소액주주들을 모아 두차례 에스디에스 이사들과 당시 감사(이학수 부회장)를 배임혐의로 고소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지난 2005년 3차 고발을 진행해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계류 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특별검사가 발족하면 과거 검찰이 에스디에스 사건과 관련해서도 자의적으로 불기속처분한 건 아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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