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사고경위
“충돌! 측면 충돌!” 7일 오전 7시15분께 대산해양수산청 상황실 브이에이치에프(VHF) 무전 수신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사고’를 알려온 첫 무전이었다. 사고 위치는 대산항에서 17마일 떨어진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부근 해상. 원유를 가득 싣고 이곳에 전날부터 정박해 있던 유조선의 측면 가운데를 삼성중공업 소속 부선인 ‘삼성 티-5’호가 들이받은 것이었다.
‘삼성 티-5’호가 다른 부선 1척과 함께 인천대교 보수공사에 사용한 해상 크레인을 싣고 거제도로 가다 예인선과 연결된 강선이 끊어지면서 생긴 사고였다.
충돌 속도는 4노트에 불과했지만, 강철선인 부선에 들이받힌 유조선 선체는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순식간에 1·3·5번 탱크에 구멍이 났고, 유조선은 1만여t의 검은 원유를 바다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사고가 나자 유조선 선원들은 선체를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무게중심을 잡는 빈 공간에 원유를 흘려보내 유출을 막았다. 하지만 17만6400여배럴이 실린 3번 탱크의 유출은 4시간여가 지나서야 멈췄다.
무전을 받은 대산해양수산청은 사고 소식을 태안해경 등에 알렸다. 사고 발생 20분 뒤 평택항에 정박 중이던 방제21호가 파랑주의보를 뚫고 사고 해역으로 출동했다. 이어 태안 신진항에서도 해경 경비정인 278함, 피61 방제함이 출동했다. 오전 8시께 1995년 ‘시프린스’호보다 기름유출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자 해경, 해군 함정에도 비상출동령이 내려졌다.
대산해양수산청 상황실 근무자는 “부선은 자체 동력이 없어 예인 강선이 끊어진 뒤 멈추지 못하고 예인 속도로 유조선과 충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6시30분께부터 여러차례 유조선에 ‘부선이 지나가니 주의하라’는 무전을 보냈으나 응답이 없었다”며 “유조선에 당직자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태안해경은 삼성 티-5호 예인선 선장 등을 상대로 정확한 충돌 경위 및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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