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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펜스, 빨리” 가로림만 사수 ‘힘겨운 싸움’

등록 2007-12-09 19:59

주민·방제조합 직원들, 오일펜스 설치 이틀째 뜬눈
굴·바지락·전복 ‘천혜 어장’…“기름 유입땐 초토화”
학암포~가로림만 세줄 펜스 설치…최후의 방어선
“연결됐어! 당겨!”

9일 새벽 동틀 무렵부터 충남 서산시 대산읍 벌말 포구에선 이틀째 ‘가로림만 방어작전’이 분주하게 펼쳐졌다. 오일펜스 설치 작업을 서두르는 인근 주민들과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 직원들의 얼굴엔 초조함이 가득했다. 기름띠와 기름막이 벌써 가로림만 서남쪽 산 너머 학암포 앞바다까지 접근했다는 소식이 이날 새벽 들려왔다.

이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로림만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가로림만은 기름 유출 사고가 난 태안군과 서산시 사이의 바다로, 이곳까지 기름이 침투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어장 면적 980㏊의 태안군 최대 단일 어장인 가로림만은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 개펄을 갖고 있으며,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빠른 천혜의 어장이다. 대하, 굴, 바지락, 가무락, 미역, 전복, 바다장어, 꽃게, 낙지 등이 많이 잡혀, 가로림만 해안 주민들의 ‘생명줄’과도 다름없다.

방제조합 대산지부 이혁기(54) 방제팀장은 “가로림만에 기름이 들지 않도록 하려고 학암포에서 가로림만 사이에 세 줄로 펜스를 설치했다”며 “가로림만 입구 펜스는 최후의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방제조합 강원 동해지부 소속인 정국건(51)씨도 지난 7일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나자 한걸음에 이곳으로 달려왔다. 정씨는 “물살이 빠른 태안 쪽 만대 레이더기지 앞에 펜스를 오늘 900m, 내일 600m 설치해야 한다”며 “지난 8일엔 800m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정씨 등 방제조합 직원 13명과 주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20m짜리 펜스를 10개씩 묶어 200m 펜스를 만든 뒤 어선에 매달아 3㎞ 떨어진 가로림만 입구 만대 레이더기지와 건너편 황금산 사이 4.3㎞를 막아야 한다.

벌말 포구 주민들의 마음은 더 다급하다. 최승철(50)씨는 “1991년 원목선 사고로 기름이 흘렀을 때도 복구에 5년이 넘게 걸렸다”며 “이번 사고는 그때와 비교도 안될 만큼 커서, 기름이 어장에 닿는다면 이곳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일호’ 선장 백남춘(42)씨는 “펜스를 배에 매달고 나가 먼저 설치한 펜스와 끝이 겹치도록 설치하고 있으며, 펜스는 닻으로 고정한다”며 “이것이 어장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성일호가 주황색 펜스를 꼬리처럼 매달고 출항하자, 설치 작업을 마친 ‘만수호’가 포구로 돌아왔다. 만수호가 다시 펜스를 매달고 출항한 뒤 텅비었던 포구는 10여분 뒤 방제협회 경남지부에서 펜스 10묶음이 도착하자 다시 분주해졌다. 어디선가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은 이혁기 팀장이 외쳤다. “흡착포는 왔는데 펜스가 없어! 확보된 거 빨리빨리 보내줘! 당장 없으면 배에 실은 비치품이라도 빼와!”

서산/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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