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선 깔기 영차 /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구름포 해수욕장에서 방제작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이 11일 오후 밀물 때가 돼 해변으로 바닷물이 밀려오자 서둘러 방제선을 설치하고 있다.
태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기름바다’에 자원봉사 4천여명…구세군도 출동“모금 줄더라도 이곳이 우선”
“아침에는 ‘저걸 언제 다 치우나’ 싶었는데, 힘을 모으니 확실히 줄어드네요.”
시커먼 기름띠에 덮힌 충남 태안으로 밀려드는 자원봉사의 열기가 세찬 바닷바람을 밀어내고 있다. 몸이 언 방제작업 봉사자들에게 건넬 뜨거운 차와 컵라면을 준비하던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성백철(34) 실장은 “이른 아침부터 방제작업을 하려고 찬바람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2.5㎞ 해안이 온통 검은 기름띠로 뒤덮힌 만리포 해수욕장에는 11일 이른 아침부터 자원봉사단이 연달아 모여들었다. 응급진료시설을 만든 홍성의료원 김진철(38) 응급의학과장은 “지난 일요일부터 매일 응급진료팀을 파견해 방제작업 하시는 분들을 돕고 있다”며 “병원 진료에 지장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다들 추운 데서 고생하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 한림대병원에서도 피부과, 가정의학과 전공의를 포함해 직원 45명이 방제장비와 응급의료품을 준비해 와 방제작업을 도왔다. 김은경(38) 사회복지사는 “이런 큰일이 있는데 동참해야죠”라며 “주민들이 마음까지 치료해 드릴 수 없어서 오히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만리포와 의항, 신두리 해수욕장 등에는 이날 4천여명의 손길이 모였다. 이들은 서로 할일을 나눠 기름 바닷물을 떠내고, 해안에 붙은 기름띠를 흡착포로 제거했다. 연탄을 나르듯 일렬로 늘어서 기름을 잔뜩 먹은 흡착포를 뒤로 건네는 이아무개(37·농협 충남지역본부)씨는 “이까짓 바닷바람이 대수냐”며 “이곳 주민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몸이 하나라는 게 미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소원면 의항 해수욕장에도 자원봉사자 200여명이 방제작업에 동참했다. 지적장애인들의 생활시설인 인천 서구 인정재단에서 태안을 찾은 장경자(53)씨는 “생활시설에서 일하시는 분들 가운데 20여명이 손을 모으러 왔다”며 “시설에 계신 생활인 중에도 몇 분이 오고 싶어 하셨는데, 같이 못 와 미안하다”고 말했다.
겨울이면 따뜻한 종소리를 들려주는 구세군에서도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태안자활센터 소속 윤봉선(46)씨는 “우리한테 12월이면 일손이 부족할 때지만, 모금액이 줄더라도 이곳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혼자 와 자원봉사를 하던 대학생은 이름을 밝히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그는 “뉴스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달려왔을 뿐”이라며 “이렇게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의 힘으로 점점 바다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가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태안/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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